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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흑연 수출통제 돌입…배터리 업계 “5개월치 재고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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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이 이달 1일부터 흑연의 수출통제를 시행함에 따라 정부·배터리 업계가 수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업체별로 3~5개월 치 재고를 확보하면서 당장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대(對)중 의존도가 높고 향후 변수도 많은 만큼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민관 합동으로 흑연 공급망 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엔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부처,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와 포스코퓨처엠, 배터리협회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흑연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 생산에 중요한 만큼 국내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긴밀히 협력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리튬이온 배터리 음극재의 73%가 흑연만을 썼다.

정부는 지난 10월 20일 중국 상무부의 수출통제 발표 이후 흑연 수급대응 전담반(TF)을 가동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중 통상 당국 간 협의를 이어가는 한편, 지난 달 8일엔 인조흑연 국내 생산공장 증설을 위한 인허가 신속 처리도 추진키로 했다.

관련 업계 역시 분주하다. 수출통제 시행 전 추가 도입 계약 등으로 업체별로 3~5개월분의 흑연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국가로의 공급망 다변화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탄자니아 등의 흑연 광산에서 물량을 확보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흑연 부족 사태가 벌어지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승렬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최근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수출통제 사례로 볼 때 다소 기간은 걸리더라도 흑연 수급에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지난 달 베이징에서 한국 기업 대상 설명회를 열고 “중국 법률만 지키면 아무 문제가 없다. 신뢰할 만한 기업엔 수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하지만 흑연의 대중 의존도가 워낙 높은 만큼 ‘수급 리스크’는 여전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천연 흑연의 97.7%, 인조 흑연의 94.5%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천연·인조 흑연의 대중 수입 비중은 2020년보다 각각 7%포인트, 10.4%포인트 올랐다. 모잠비크(천연)·일본(인조) 등으로 당장 수입선을 바꾸기 쉽지 않은 셈이다. 이번처럼 중국이 흑연 수출통제 대상 목록을 조정한 2006년 9월에 중국의 대(對) 세계 흑연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4.4% 급감한 선례도 있다. 단기적으론 수입 감소를 감수해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이 고순도 흑연을 잘 만들고 비용도 싸다 보니 당분간 기업들이 중국 공급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수출통제가 미국을 겨냥한 것인 만큼 국내 수요 충당은 아직 큰 걱정이 없지만, 향후 미국에 공장을 둔 국내 배터리 업체의 흑연 수입이 차질을 빚을 위험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참에 흑연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해 해외 자원 개발에서 국내 자체 생산까지 이어지는 흑연 ‘밸류체인’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흑연을 대체할 고용량·친환경 실리콘 음극재의 기술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고 본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한국과 멀지 않은 동남아 등에서 천연흑연을 확보하고, 국내에서 인조흑연과 음극재를 만드는 식으로 가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도 흑연 자급률을 높이도록 해당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세제 지원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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