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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딩하오, 삼성화재배 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중국 딩하오 9단이 2023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중국 셰얼하오 9단을 2승 1패로 꺾고 우승했다. 그는 28일 열린 결승 3국에서 셰얼하오 9단에 흑 300수 만에 불계승했다. 손민호 기자

중국 딩하오 9단이 2023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중국 셰얼하오 9단을 2승 1패로 꺾고 우승했다. 그는 28일 열린 결승 3국에서 셰얼하오 9단에 흑 300수 만에 불계승했다. 손민호 기자

‘냉철한 승부사’ 딩하오가 2023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했다.

28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 캠퍼스에서 열린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3국에서 딩하오 9단이 셰얼하오 9단에 흑 300수 만에 불계승했다. 중·중 형제 대결로 치러진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승리하면서 딩하오는 결승 전적 2승 1패로 삼성화재배를 들어 올렸다.

2023 삼성화재배 결승 3번기는 문자 그대로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 강력한 힘 바둑을 구사한 셰얼하오가 휘몰아치면 냉정한 승부사 딩하오가 되받아치는 대결이 결승 3번기 내내 펼쳐졌다. 결승 1국에서는 딩하오의 카운터 펀치가 셰얼하오를 쓰러뜨렸고, 결승 2국에서는 셰얼하오의 완력이 딩하오를 무릎 꿇렸다.

결승 최종국에선 딩하오의 세련된 국면 운영이 돋보였다. 좌상에 침투한 셰얼하오의 백 대마를 추궁하면서 하변에 집을 만들어 우세를 확보했고, 불리한 형세를 느낀 셰얼하오가 반격을 감행하자 정확한 응수로 되레 격차를 벌렸다. 경기 막판 반집 승부까지 미세해졌으나 형세가 뒤집어지지는 않았다. 300수를 끝으로 흑 반집승이 확정된 상황, 셰얼하오가 계가를 포기하면서 결승 최종국은 흑 불계승으로 마무리됐다.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표정으로 시상식에 참석한 딩하오는 “우승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결승전을 아슬아슬하게 이겨 지금도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딩하오는 “앞으로 우승을 몇 번 더하는 것이 목표”라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는 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2023 삼성화재배는 4년 만에 대면 대국으로 열리면서 어느 대회보다 관심이 높았으나, 한국 선수가 우승은커녕 결승에도 오르지 못하면서 어느 대회보다 아쉬움이 큰 대회로 남게 됐다.

대회를 앞두고 한국의 우승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결과는 참패에 가까웠다. 2019년 탕웨이싱 대 양딩신의 결승전 이후 4년 만에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중·중 대결이 성사됐다. 4강에 진출한 한국 선수도 박정환이 유일했다. 한·중 맞대결 결과는 5승 15패로 더 참담했다. 지난 대회에선 한국이 4강을 싹쓸이했던 터라 올해의 부진이 더 아팠다.

한국 바둑이 다시 중국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바둑계에서 바로 나왔다. 그러나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평이 대세다. 올해 열린 메이저 세계 대회 결과를 보자. 한국이 2승 3패로 열세이긴 하지만, 일방적으로 몰린 건 아니었다. 특히 중국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개인전과 남자 단체전 모두 은메달에 그쳐 거센 비난 여론에 시달렸다. 한국은 남자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한국이 중국보다 선수층이 얇다고 하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한국 바둑엔 불세출의 영웅이 출현했었다. ‘신진서 이후’를 고민하기에는 신진서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올해 중국이 우승컵을 가져가면서 중국은 12번째 삼성화재배 우승을 달성했다. 한국은 14회, 일본은 2회 우승했다.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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