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서울 소방통신망, 긴급출동 시스템 90분 멈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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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번에는 소방 출동차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자동차동태관리시스템(MDT)이 90분가량 마비됐다. 이달 들어 국가 전산·통신망 ‘먹통 사태’가 잇달아 발생한 가운데 생긴 일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7일 오전 8시쯤 서울종합방재센터 KT 기업전용 롱텀에볼루션(LTE)망에 장애가 발생, MDT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 서비스는 화재나 구급 신고자의 정확한 위치를 서울 시내 25개 소방서와 소방차 태블릿에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일선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소방대원은 업무용 휴대전화와 내비게이션 앱 등을 이용해 신고 위치를 일일이 파악하며 출동했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장애 발생 이후 서울종합방재센터 내 통신장비와 시스템 점검에 나섰다. 별다른 이상이 없자 통신사인 KT에 확인을 요청했다. KT는 기업전용 회선제어센터 내 장비 이상을 파악하고 복구 작업을 했다. MDT 서비스는 이날 오전 9시 37분쯤 정상화했다. KT 관계자는 “서울소방방재센터에 제공하는 인터넷 회선이 유지관리 작업 도중 발생한 오류로 일시 중단됐다”며 “긴급복구했고 재발 방지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소방청에 따르면 각 지역 재난본부가 사용하는 LTE망 회선은 각각 다르다. KT 외 다른 통신회사 망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 같은 시간대에 다른 지역 재난본부 MDT 서비스는 정상 작동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MDT 서비스 장애 시간 동안 신고접수와 출동지령 업무에는 지장이 없었다”고 말했다.

MDT 서비스는 정상 복구됐지만 지난 17일 전국 지방행정 전산망(새올 시스템) 마비 이후 곳곳에서 국가 전산·통신망 먹통 사태가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주민등록시스템 서버 과부하로 전국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업무가 지연됐다. 이어 하루 뒤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조달청 ‘나라장터’ 사이트가 독일발(發) IP(인터넷 주소) 공격으로 인한 서버 과부하로 비정상 작동했다. 24일에는 조폐공사의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새올 먹통 사태가 터진 17일은 행정안전부가 ‘디지털 정부’를 홍보한 날이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디지털 정부 홍보를 위해 해외 출장 중이었다. 또 조폐공사 모바일 신분증 장애가 발생한 24일에는 부산 벡스코에서 ‘2023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가 열렸다. MDT 서비스가 멈춘 27일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이 막바지일 때다. 일련의 먹통 사태가 국가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걱정이 나오는 이유다.

해킹 가능성을 지속해서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25일 ‘지방행정 전산서비스 장애 원인 및 향후 대책’ 브리핑에서 “현재 해킹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이버보안업체인 스텔스솔루션 왕효근 대표는 “해킹 정황이나 흔적은 이를 알게 해주는 선행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며 “전혀 새로운 해킹 방법으로 공격하면 흔적이나 정황을 (당장) 알 수 없으며 사이버 공격은 진화 중”이라고 말했다. 왕 대표는 가설임을 전제로 “해킹 목적이 반드시 정보를 빼내거나 사이트를 손상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며 “만약 해커의 목적이 국민 불안감을 키우고 국가 신뢰도에 영향을 주는 것이었다면, 이번 국가 전산망 해킹은 성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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