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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 줄게요" 낮은 투표율에 쩔쩔...존재감 사라진 총학생회

중앙일보

입력

지난 21일 오후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열린 총학생회 정책토론회. 이날 관람석에 앉아있는 이들은 선거운동원이 대부분이었다. 김민정 기자

지난 21일 오후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열린 총학생회 정책토론회. 이날 관람석에 앉아있는 이들은 선거운동원이 대부분이었다. 김민정 기자

지난 21일, 서울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총학생회 선거를 준비하는 두 선거운동본부의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교내 언론이 질문을 던지고 후보들이 답하는 이 자리에서 관람석을 지키는 건 대부분 선거운동원들이었다. 오가던 학생들이 잠시 구경을 하는 듯도 했지만, 대다수가 금새 자리를 떴다. 학생 박모(21·실내건축학과)씨는 “총학에서 어떤 사업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하고, 접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날 총학생회 선거를 진행한 이화여대 기표소에선 투표 독려가 한창이었다. 선거관리위원들이 오가는 학생들을 향해 연신 “투표하고 간식 받아가세요” “현재 투표율로는 개표 불가능합니다”라고 외쳤다. 사회과학대학 소속 이모(22)씨는 “동기가 오늘(21일)이 총학생회 선거 기간이라고 알려줘서 알았다. 공약도 살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선거가 임박한 두 학교의 풍경은 총학생회에 대한 무관심한 요즘 대학의 한 단면이다. 지난 18일 서울대에서는 투표율(24%)이 50%가 되지 않아 선거 자체가 무산됐다. 국민대와 홍익대에서는 총학생회 선거 입후보자가 없어 지난달 31일과 지난 6일 각자 선거가 무산됐다. 고려대·경희대·성균관대·중앙대에선 후보가 나오긴 했지만, 단독 출마라 사실상의 찬반 투표 형태로 선거가 치러졌다.

1987년 서울대 총학생회 유세 현장. 중앙포토

1987년 서울대 총학생회 유세 현장. 중앙포토

이는 과거 총학생회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와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1985년까지 ‘학도호국단’이라는 일종의 군사 교육단체가 학생 대표 역할을 했던 시기에서 벗어나, 전국 대학에 총학생회가 출범하기 시작할 당시에는 학생들의 호응이 열렬했다. 1987년 연세대와 고려대 총학생회장 투표율은 각각 68.6%, 61%에 달할 정도였다. ‘NL(민족해방) 계열’과 ‘PD(민중민주) 계열’이 서로 학생회 권력을 잡기 위해 경쟁하면서 당시 선거는 과열 양상도 보였다.

학생회 분위기가 한 차례 변곡점을 맞은 건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중반이다. 1996년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 연세대 점거 이후 운동권에 대한 반감(反感)이 커지면서 2000년대 들어 전국 대학에서 중 비(非)운동권이 총학에 당선되는 경우가 많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1년 전국 280개 캠퍼스 중 비운동권이 당선된 곳이 130여곳, NL 계열이 100여곳, PD 계열이 20여곳으로 비운동권이 주류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당시 총학생회에 몸 담았던 이들은 “당시 운동권과 비운동권을 합쳐 7팀이 입후보하고, 실시간 개표 방송을 많은 학생들이 지켜볼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구정모 2002년 서울대 총학생회장)고 기억했다.

총학생회에 대한 무관심이 본격화한 건 2010년대 들어서다. 취업난 등이 심화하면서 총학생회 활동과 학생들의 관심사가 유리되는 등 구조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세대 재학생 홍모(21)씨는 “‘이 자격증도 안 따고 졸업하면 바보’라는 말이 밈이 될 정도로 스펙 쌓기에 대한 부담이 많아 학생회에 관심 가질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회가 복지 기관이나 이익 집단으로서 제한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서 학생을 대표하는 기능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학생회의 변화와 동시에 사회 구조가 집단 행동을 하기보단 학생 개인별로 이해관계가 다양해지고 개인화 경향이 심화되면서, 사회적 결속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어 총학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줄어든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시기 전면 실시된 온라인 투표는 무관심에 쐐기를 박았다. 팬데믹 기간 온라인 투표를 했던 이화여대는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올해 다시 투표를 대면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총학생회의 존재론적 위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학생을 대표하는 단체가 부재하면 학교의 3주체(교수·교직원·학생) 중 하나인 학생들의 의견이 학교 정책에 반영되기 어렵다”며 우려를 표했다. 반면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총학생회에 대한 무관심을 탈(脫)정치화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총학이라는 거대 조직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학생 자치보다 소규모 조직에 상황에 따라 연대하는 정치 활동이 많아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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