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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폭파했던 GP 5년 만에 재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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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이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철거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병력과 중화기를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9·19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본격적으로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군도 조만간 GP 복원 등 상응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군은 북한이 GP 복원과 연계해 JSA 재무장화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한다. 남북은 2018년 10월 25일부로 JSA 남북 지역 초소·병력·화기를 모두 철수했다. JSA 내 북측 초소 5곳, 우리 측 초소 4곳이 각각 철수했고, 양측 병력과 권총·소총(AK-47·K-2)·탄약 등의 화기도 JSA 밖으로 옮겼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귀국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김명수 신임 합동참모본부의장으로부터 9·19 합의 일부 효력정지 조치 이후 북한 동향 등 안보 상황 관련 보고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보고받은 뒤 “북한의 동향을 빈틈없이 감시하면서 우리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확고한 군사 대비태세를 유지하라”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4일부터 파괴했던 GP에 감시소를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감시소 외에 경계 진지도 만들어 중화기를 들여오는 장면이 포착됐다”며 “북한군이 이곳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이날 지상 카메라와 열영상장비(TOD)로 찍어 공개한 4장의 사진 중 2장을 보면 나무로 만들어진 감시소가 얼룩무늬로 도색됐다. 다른 사진에선 북한군이 경계 진지로 무반동총(북한식 비반충포)을 옮기는 장면과 야간 경계근무를 서는 모습이 식별됐다.

사진 속 GP는 9·19 합의에 따라 2018년 11월 철거된 동부 지역 시설 중 하나라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당시 남북은 GP를 11개씩 서로 철거하기로 했다가 보존 가치가 있는 GP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기로 했다. 같은 해 12월 남북은 22개 GP에 상호 현장 검증을 해 완전한 철수를 확인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이후 가끔 파괴된 GP에서 병력이 움직이긴 했지만, 이번처럼 중화기를 들여오고 주야간 경계를 선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철수했던 11개 GP 전부에서 유사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시소를 시작으로 북한이 사실상 철거 GP 시설을 모두 원상 복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측 GP는 산등성이 정상의 감시소 아래 지하갱도가 미로처럼 이뤄진 구조로 돼 있는데, 북한군은 감시소로 남측 동향을 파악하면서 갱도와 경계 진지 등에 대한 복구공사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북, GP 무반동총 반입…해안포도 이전보다 많이 개방

국방부는 북한군이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파괴했던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를 다시 설치하고 병력과 장비를 재투입하는 중이라며 27일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국방부]

국방부는 북한군이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파괴했던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를 다시 설치하고 병력과 장비를 재투입하는 중이라며 27일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국방부]

군 관계자는 “감시소는 필수 경계시설이어서 11곳 모두에 만들 것으로 본다”며 “주변 경계 진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보이지 않을 뿐이지 무반동총 외에도 고사총 등 중화기를 다 들여오지 않았나 추정한다”고 했다.

GP 철거가 9·19 합의 이행의 상징으로 여겨졌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을 놓고 합의 파기 선언을 행동으로 이행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국방성은 지난 23일 성명에서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 군대는 9·19 합의서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군사분계선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 장비들을 전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군도 철거 GP를 복원할 가능성이 크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안 하는 게 바보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례적 대응’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당초 GP 복원 조치는 지나치게 긴장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에 선택지 후순위로 미뤄뒀는데, 북한이 먼저 행동에 나서면서 군이 움직일 당위성이 충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9·19 합의 당시에도 GP 철수에 대해 군 내부에선 ‘남측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조항’이라는 지적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2018년 11월 20일 북한이 시범 철수 대상 GP를 폭파하는 장면. [사진 국방부]

2018년 11월 20일 북한이 시범 철수 대상 GP를 폭파하는 장면. [사진 국방부]

합의 이전 DMZ 내 북한 GP는 160여 개로 60여 개인 남측 GP를 크게 웃돌았다. GP 철수가 1대1이 아닌 구역별 비례성의 원칙을 지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군 안팎에서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우리 측 GP가 북한 측 GP보다 구조와 규모 등에서 월등히 앞서는 만큼 1대1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등가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은 해안포도 이전보다 많이 개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안포 포문 폐쇄 역시 9·19 합의 이행 사항이다. 기존에는 평균 1개소에 1~2문 정도 개방되곤 했지만 현재 두 자릿수로 수 배 늘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북한의 신속한 행동에는 정치적 목적도 있어 보인다. 한국 내에서 정부의 9·19 합의 효력 정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부 나오는 가운데 이를 노려 긴장을 조성, 남남 분열을 꾀하려는 것일 수 있다.

북한이 남측을 상대로 공격적인 행동에 나선 이상 추가 도발도 예상된다. 국방부는 “북한의 도발 행위를 예의주시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북한의 복원 조치에 대한 대응조치를 즉각적으로 이행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6일 북한의 주요 기업·광산에 설비를 공급하는 함경남도 함흥시 용성기계연합기업소를 찾아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라고 주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계급과 과학자, 기술자들이 우리 경제의 주체화 실현에 기여하게 될 중요 대상 설비 생산 과정을 통해 패배주의·기술신비주의에 된타격을 안긴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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