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음성∙음성…그래도 이선균 마약 수사 '끝까지 간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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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이선균이 지난 4일 오후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이선균이 지난 4일 오후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이 27일 배우 이선균(48)씨의 소변·모발·체모에서 잇따라 마약 음성 판정이 나왔음에도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사 결론은 아직 유보”라면서도 “음성이라고 해서 여러 가지 정황상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분명한데 불기소로 송치하는 건 맞지 않다. 음성 결과에도 마약을 투약한 정황이 확실하면 유죄판결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체내 잔류 마약이 검출되지 않더라도 정황이 확실하면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는 취지다.

경찰은 함께 수사 선상에 오른 가수 지드래곤(35·본명 권지용)과 달리 이씨에 대해선 출국금지도 연장했다. 경찰은 지난달 25일까지였던 권씨의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지만 이씨에 대해선 법무부에 ‘출국금지 연장 요청서’를 보냈다.

경찰이 이씨 수사에 이처럼 의욕을 보이는 건 시약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더라도 마약투약으로 처벌받은 전례가 있어서다. 2021년 6월 기소된 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전 멤버 김한빈(27·비아이)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씨는 당시 체모 등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그의 메신저 대화 기록, 입출금 거래 내역을 토대로 수사에 나섰다. 김씨도 대마초 흡입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21년 9월 김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020년에도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국민연금공단 직원 A씨의 마약 투약 혐의가 인정된 적이 있다. 전북경찰청은 A씨의 대마 흡입 당시 함께 있었던 주변인 진술 등을 토대로 마약 투약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이 재범방지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긴 했지만, A씨의 마약 투약 혐의 자체는 인정했다.

경찰이 이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것도 정황에 의한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4일 2차 조사에서 마약류 투약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대신 “마약류인지 몰랐다”며 고의성을 부정하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지난 24일에는 이씨에게 마약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 받는 유흥업소 실장 김모(29·구속)씨가 이씨에게 “내가 오빠. 옆에서 대마초 필 때 나 안 폈잖아. 몸에 오래 남는다고 이거 키트 보면 있잖아”라고 한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정황 증거들 때문에 권지용씨와 이씨에 대한 경찰 수사 강도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마약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그룹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이 지난 2021년 9월 10일 오후 선거 공판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부장판사 박사랑 권성수 박정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비아이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약물치료 강의 수강, 15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뉴스1

마약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그룹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이 지난 2021년 9월 10일 오후 선거 공판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부장판사 박사랑 권성수 박정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비아이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약물치료 강의 수강, 15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뉴스1

다만 실제 법원에서 이씨에 대한 유죄를 인정받는 게 쉽지 만은 않을 것이란 회의론도 상당하다. 음성 판정을 받고 정황 증거를 통해 기소됐지만, 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경우도 적지 않아서다.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10월 “박씨가 주사기를 들고 있는 것을 봤다”는 등의 주변인 진술을 토대로 박모씨를 마약투약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도 2021년 1월 “진씨가 서울의 파티룸에서 필로폰을 희석한 뒤 투약했다”는 등의 정황을 바탕으로 진모씨를 기소했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건 모두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경찰 수사의 성패는 합리적 의심 없이 마약투약이 증명됐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정황 증거를 수집하는데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약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관계자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면 같이 투약한 상대의 진술이 구체적이거나 마약 투약 내용이 담긴 대화 기록 등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만한 증거가 있어야 송치나 기소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흥업소 실장을 통해 배우 이선균 씨에게 마약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현직 의사 B씨가 27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유흥업소 실장을 통해 배우 이선균 씨에게 마약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현직 의사 B씨가 27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이에 따라 정황 증거 보강을 위한 수사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의사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씨에게 마약을 건넨 것으로 의심받는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가 B씨를 통해 마약을 조달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김씨도 “의사 B씨가 생일선물이라며 마약을 먼저 건네기도 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이날 오후 2시쯤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인천지법에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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