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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사랑한 마술사…그의 백사자가 한일 명예영사된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4일 오전 11시 일본 요코하마(横浜)에 있는 주일 대한민국 요코하마 총영사관. 세계 3대 마술사 중 한 명으로 불리는 프린세스 텐코가 등장하자 환호성이 울렸다. 하지만 불과 수초도 되지 않아 요코하마 총영사관 행사장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을 모조리 사로잡은 건 텐코 품에 안겨있던 아기 백사자, 자코(JAKO)였다.

이날 자코는 요코하마총영사관이 준 ‘한·일 친선 명예영사’란 글씨가 새겨진 작은 스카프를 두른 채, 행사장을 거닐며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모습을 지켜보던 프린세스 텐코는 “최근 한·일 관계처럼 자코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성장해주길 바란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 24일 한일 친선명예영사가 된 아기 백사자 자코. 색소세포감소증으로 하얗게 태어나는 백사자는 자연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든 희귀종이다. 요코하마=김현예 특파원

지난 24일 한일 친선명예영사가 된 아기 백사자 자코. 색소세포감소증으로 하얗게 태어나는 백사자는 자연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든 희귀종이다. 요코하마=김현예 특파원

마술사, 김정일 그리고 흰 사자

이날 행사장을 찾은 일본 언론들은 마술사와 백사자, 명예영사라는 ‘이색 조합’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먼저 프린세스 텐코. 일본명은 히키타 텐코(引田 天功)로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의 이름이 한국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다름 아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때문이다.

지난 1998년 텐코의 ‘열성 팬’이었던 김정일 위원장의 초청으로 텐코는 북한 땅을 밟고 마술공연을 했다. 이후로 텐코가 북한에서 공연을 한 건 총 10여 차례. 그의 북한 방문은 2009년까지 이어졌다. 텐코의 마술쇼를 좋아한 김정일 위원장은 텐코에게 풍산개를 선물할 정도로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011년 김 위원장이 사망하자, 북한은 외국 조문단은 일절 받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텐코만을 초청하기도 했다.

지난 24일 일본 요코하마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한일 친선명예영사로 위촉된 된 아기 백사자 자코. 세계적인 마술사인 프린세스 텐코와 김옥채 요코하마 총영사가 위촉 증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요코하마=김현예 특파원

지난 24일 일본 요코하마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한일 친선명예영사로 위촉된 된 아기 백사자 자코. 세계적인 마술사인 프린세스 텐코와 김옥채 요코하마 총영사가 위촉 증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요코하마=김현예 특파원

흰 사자 자코와 한·일 관계

지난 9월 18일, 도쿄에 있는 자택에서 흰 사자와 흰 호랑이를 키우던 텐코에게 희소식이 찾아왔다. 백사자 네 마리가 동시에 태어난 것. 백사자는 색소세포 감소증으로 인해 생겨나는데, 야생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전세계에서도 동물원 등지에서 사육되고 있는 백사자가 200여 마리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하다. 텐코는 자신의 집에서 무사히 태어난 네 마리 중 처음 태어난 아기 사자에게 ‘킹(KING)’이란 이름을 붙여줬는데, 텐코는 이 ‘기쁜 소식’을 친분이 있던 김옥채 요코하마 총영사에게 전했다.

지난 24일 한일 친선명예영사가 된 아기 백사자 자코. 요코하마=김현예 특파원

지난 24일 한일 친선명예영사가 된 아기 백사자 자코. 요코하마=김현예 특파원

평소 한국에도 많은 관심이 있던 덴코가 “아기 백사자를 한국 요코하마 총영사관에 데리고 가겠다”고 하자, 요코하마 총영사관은 명예영사를 제안했다. 맹수인 사자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더라도 관할 감독관청에 별도 신고를 해 허가를 받아야 하고, 머물 수 있는 시간조차 제한되어 있는데도 ‘수고로움’을 마다치 않겠다는 텐코의 마음 때문이었다. 텐코는 아기 백사자 킹의 이름도 일본(JAPAN)과 한국(KOREA)에서 따온 영문을 합쳐 ‘자코(JAKO)’로 붙여줬다. “세계 유일의 명예 백사자 명예 영사” 소리를 듣게 된 자코는 이날 총영사관을 찾은 사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두 달 만에 5배 성장…갈기 나기 시작하는자코

아기 백사자 자코.. 발 크기가 보통 고양이보다 5배 크다. 김현예 특파원

아기 백사자 자코.. 발 크기가 보통 고양이보다 5배 크다. 김현예 특파원

자코가 태어났을 때의 몸무게는 1.3㎏. 불과 두 달 만에 체중이 6㎏을 뛰어넘었다. 고양이와 비교해 가장 다른 점은 발의 크기. 보통 고양이보다 발 크기가 5배에 달한다. 성장할수록 사자태가 나기 시작하는데, 자코는 생후 두 달 만에 삐죽한 갈기털이 솟기 시작했다.

이날 텐코는 위촉식을 마치면서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영상 등을 통해 명예영사 자코를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영사는 “올해 들어 한·일관계가 완전히 정상화되는 흐름 속에서 백사자 자코가 한·일 친선 명예영사가 된 것은 더할나위 없이 기쁜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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