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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크닉’ 즐기며 놀멍, 채식 도시락 맛보고 쉬멍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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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6호 26면

제주 겨울 힐링여행

하늘에서 내려다본 제주 귀덕1리 마을 풍경. 푸른 바다와 겨울 밭작물들로 꽉찬 초록 들판이 아름답게 대비를 이루고 있다. 밭을 둘러싼 검은 경계선들이 현무암으로 쌓은 밭담이다. 최기웅 기자

하늘에서 내려다본 제주 귀덕1리 마을 풍경. 푸른 바다와 겨울 밭작물들로 꽉찬 초록 들판이 아름답게 대비를 이루고 있다. 밭을 둘러싼 검은 경계선들이 현무암으로 쌓은 밭담이다. 최기웅 기자

제주의 겨울 풍경에는 흰색, 푸른색, 그리고 초록과 검정이 공존한다. 지난 11월 18일 찾아간 제주는 이미 한라산 꼭대기에 흰 눈이 덮였지만, 해안가부터 중산간 지역까지 마을 들판에는 초록빛이 생생했다. 대한민국의 겨울밥상을 책임진다는 제주 밭작물들이 만들어낸 초록의 향연이다. 다양한 초록빛 사이사이를 중국의 만리장성보다 길다는 검은 밭담이 가로지르고 있다. 밭담은 현무암 등을 사용해 밭 주변에 쌓은 낮은 담이다. 밭의 경계를 표시하고 바람을 막아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것으로 2014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림 할망’ 소박한 작품 눈물샘 자극

선흘리 주변 동백동산 숲길을 산책 중인 사람들. 최기웅 기자

선흘리 주변 동백동산 숲길을 산책 중인 사람들. 최기웅 기자

“제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라산과 바다만 생각하는데 이렇게 밭담길을 걸으니 저절로 힐링이 되네요.”

전라북도 전주에서 왔다는 최두현씨의 말이다. 최씨를 만난 것은 지난 18~19일 있었던 ‘제주밭한끼 캠페인’에서다. 2022년 시작한 ‘제주밭한끼 캠페인’은 제주시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추진단이 제주 밭작물의 매력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에는 제주의 5대 밭작물인 무·메밀·브로콜리·당근·양배추를 밥상 위 주인공으로 해 풍성한 한 끼를 차려내는 프로그램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제주 밭작물로 만들고 즐기는 근사한 일상’을 주제로 11월 한 달 간 제주 곳곳에서 각양각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제주에서도 밭담의 원형이 잘 보존돼 있기로 유명한 하도리에선 11월 11·12·17·18일 ‘하도 제주밭 힐링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제주 밭담길 걷기, 명상, 요가를 즐긴 후 제주 밭작물로 만든 ‘제주밭한끼 식사’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동백꽃밥, 당근라페 파스타, 숨비 두부무스비 등 6가지 메뉴로 구성된 선흘리 채식 도시락. 모두 마을 주민들이 주변 밭작물을 이용해 직접 개발한 메뉴들이다. 최기웅 기자

동백꽃밥, 당근라페 파스타, 숨비 두부무스비 등 6가지 메뉴로 구성된 선흘리 채식 도시락. 모두 마을 주민들이 주변 밭작물을 이용해 직접 개발한 메뉴들이다. 최기웅 기자

선흘리에선 ‘선흘 제주밭한끼 도시락 투어’가 열렸다. 마을 주변에 있는 동백동산과 람사르습지를 산책하고, 마을 내 ‘선흘 할망 갤러리’와 낙천동 4·3 유적지를 돌아본 후, 마을 주민들이 차려낸 채식 도시락을 즐기는 ‘밭크닉(밭에서 즐기는 피크닉)’ 프로그램이다. 특히 ‘선흘 할망 갤러리’는 선흘리에만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지난해부터 난생 처음 그림 그리기에 도전한 ‘그림 할망’ 8명의 작품이 각자의 창고에 전시돼 있는데 삐뚤빼뚤 쓴 글과 소박한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울컥 눈물이 솟는다.

선흘리에서 만날 수 있는 '선흘 할망 갤러리'는 지난해부터 그림 그리기에 도전한 제주 할망 8인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이다. 사진은 37년생 강희선 할머니와 작품들. 최기웅 기자

선흘리에서 만날 수 있는 '선흘 할망 갤러리'는 지난해부터 그림 그리기에 도전한 제주 할망 8인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이다. 사진은 37년생 강희선 할머니와 작품들. 최기웅 기자

'선흘 할망 갤러리' 작품들. 최기웅 기자

'선흘 할망 갤러리' 작품들. 최기웅 기자

“밭에 나가 일을 하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그림이 그리고 싶어져.” 37년생 강희선 할머니의 그림 속 주인공은 할머니와 소, 그리고 강아지와 밭작물들이다. “그림 선생님이 아무 거나 그려도 된다는데 뭘 그려야 할지 몰라서 옷과 양말을 그렸지.” 40년생 오가자 할머니의 창고 속 그림들은 꽃무늬 팬티부터 반짝이 장식을 붙인 조끼까지 패션 디자이너 뺨치게 화려하다. 5년 전 제주로 이주했다는 김경옥씨는 “처음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제주를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특히 한평생 자신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던 어르신들의 그림은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키운 브로콜리와 무, 콜라비와 메밀로 차려낸 도시락은 100% 채식으로,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선흘 할망 갤러리' 작품들. 최기웅 기자

'선흘 할망 갤러리' 작품들. 최기웅 기자

귀덕1리에선 ‘귀덕 송키 페스타’ 행사가 열렸다. ‘송키’는 제주어로 채소를 뜻한다. 귀덕 밭작물을 재료로 만든 술과 안주를 맛보고, 마을 삼촌(제주에서 마을 남녀 어른들을 부르는 말)들이 말로 소개하는 ‘구전요리 경연대회’를 참관할 수 있었다.

19일에는 제주시 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지점 4층 돌담하늘공원에서 ‘신기루 빵집’이 열렸다. 신기루처럼 딱 하루만 열리는 빵집인데, 일명 ‘빵빵한 제주밭한끼’ 프로그램으로 제주 시내 로컬 베이커리 5곳에서 제주 밭작물로 개발한 빵과 디저트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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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내 유명 베이커리 5곳에서 통메밀, 고사리, 제주 토종 푸른콩 등 제주 밭작물을 이용해 개발한 빵들. 사진은 'ABC에이팩토리베이커리'가 만든 제주메밀 고사리 후가스. 최기웅 기자

제주도 내 유명 베이커리 5곳에서 통메밀, 고사리, 제주 토종 푸른콩 등 제주 밭작물을 이용해 개발한 빵들. 사진은 'ABC에이팩토리베이커리'가 만든 제주메밀 고사리 후가스. 최기웅 기자

메밀 최대 산지인 제주답게 메밀의 모양과 식감, 구수한 맛을 그대로 살린 식사빵부터 제주 토종 푸른콩인 ‘독새기콩’을 비롯해 초당옥수수, 브로콜리, 보리, 청보리, 고사리 등 다양한 밭작물을 이용한 빵들이 침샘을 자극했다. 지난 봄부터 제품 개발을 고민했다는 제빵사이자 베이커리 대표들은 모두 주변 밭작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빵빵한 제주밭한끼' 프로그램에선 제주도 내 유명 베이커리 5곳이 제주 밭작물을 이용해 새로 개발한 빵들을 선보였다. 사진은 베이커리 '빵귿'이 제주메밀과 고사리 등을 이용해 만든 빵들. 최기웅 기자

'빵빵한 제주밭한끼' 프로그램에선 제주도 내 유명 베이커리 5곳이 제주 밭작물을 이용해 새로 개발한 빵들을 선보였다. 사진은 베이커리 '빵귿'이 제주메밀과 고사리 등을 이용해 만든 빵들. 최기웅 기자

‘빵귿’의 양소형씨는 독일빵인 브로트에 제주 메밀을 사용했다. “메밀가루만 보다가 이번에 통메밀의 매력을 새로 발견했어요. 물에 불려 구웠더니 웬만한 견과류보다 고소하고 씹는 맛도 좋더라고요.” 말린 고사리를 물에 불려서 엔초비·마늘과 함께 볶아 만든 고사리 버터도 큰 호응을 얻었다. ‘ABC에이팩토리베이커리’의 제주메밀 고사리 후가스, 제주메밀 감자 포카치아, 우도땅콩으로 만든 캐러멜도 인기였다. 제주 탑동에 위치한 이 베이커리는 육지 손님과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서 더 특별한 효과를 거둘 것 같다.

'빵빵한 제주밭한끼' 프로그램에선 제주도 내 유명 베이커리 5곳이 제주 밭작물을 이용해 새로 개발한 빵들을 선보였다. 사진은 'ABC에이팩토리베이커리'가 제주 밭작물을 이용해 만든 빵들. 최기웅 기자

'빵빵한 제주밭한끼' 프로그램에선 제주도 내 유명 베이커리 5곳이 제주 밭작물을 이용해 새로 개발한 빵들을 선보였다. 사진은 'ABC에이팩토리베이커리'가 제주 밭작물을 이용해 만든 빵들. 최기웅 기자

'빵빵한 제주밭한끼' 프로그램에선 제주도 내 유명 베이커리 5곳이 제주 밭작물을 이용해 새로 개발한 빵들을 선보였다. 사진은 '호텔샌드' 베이커리가 백련초 잼을 이용해 만든 초콜릿과 보리와 메밀을 이용해 만든 빵들. 최기웅 기자

'빵빵한 제주밭한끼' 프로그램에선 제주도 내 유명 베이커리 5곳이 제주 밭작물을 이용해 새로 개발한 빵들을 선보였다. 사진은 '호텔샌드' 베이커리가 백련초 잼을 이용해 만든 초콜릿과 보리와 메밀을 이용해 만든 빵들. 최기웅 기자

‘호텔샌드’의 김성자씨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백련초를 사용한 초콜릿을 만들어봤다고 했다. “제가 나고 자란 한림지역에는 백련초가 많았어요. 천식에도 좋아서 약용으로도 많이 사용했는데 요즘은 백련초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농사를 안 짓죠. 원래 백련초는 농약을 쓰지 않아도 잘 자라기 때문에 토질을 좋게 만들 수 있는 밭작물인데 점점 사라지는 게 아쉬워 초콜릿에 넣는 잼으로 만들어봤죠. 어릴 때 많이 먹던 개역(제주어로 보릿가루를 뜻한다)도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비스켓슈를 만들었죠. 사람들이 많이 먹게 되면 농사도 다시 활성화되겠죠.”(웃음)

'빵빵한 제주밭한끼' 프로그램에선 제주도 내 유명 베이커리 5곳이 제주 밭작물을 이용해 새로 개발한 빵들을 선보였다. 사진은 '가는곶세화' 베이커리가 제주 토종 푸른콩과 청보리를 이용해 만든 빵과 타르트. 최기웅 기자

'빵빵한 제주밭한끼' 프로그램에선 제주도 내 유명 베이커리 5곳이 제주 밭작물을 이용해 새로 개발한 빵들을 선보였다. 사진은 '가는곶세화' 베이커리가 제주 토종 푸른콩과 청보리를 이용해 만든 빵과 타르트. 최기웅 기자

'빵빵한 제주밭한끼' 프로그램에선 제주도 내 유명 베이커리 5곳이 제주 밭작물을 이용해 새로 개발한 빵들을 선보였다. 사진은 '아사라베이커리'가 보리, 메밀, 브로콜리 등을 이용해 만든 빵들. 최기웅 기자

'빵빵한 제주밭한끼' 프로그램에선 제주도 내 유명 베이커리 5곳이 제주 밭작물을 이용해 새로 개발한 빵들을 선보였다. 사진은 '아사라베이커리'가 보리, 메밀, 브로콜리 등을 이용해 만든 빵들. 최기웅 기자

‘가는곶세화’의 박은미씨는 마을 농부들에게서 얻은 제주 푸른콩으로 사워도우를 만들고, 제주 청보리 가루와 크림치즈 그리고 바닐라 커드를 섞어 만든 청보리 치즈타르트를 선보였다. ‘아사라베이커리’의 김봉선씨는 제주보리크림롤, 제주초당메밀빵, 보리불고기, 브로콜리 포카치아 등을 선보였다. 이들 베이커리에서 개발한 ‘빵빵한 제주밭한끼’ 빵과 디저트는 이번 달부터 각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제주밭한끼 캠페인’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참가자를 모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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