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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9·19 합의 일부 파기만으로 북한 ‘질주’ 막을 수 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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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군, 어제 오후 휴전선 일대 감시 정찰 재개해

더 수위 높은 조치 검토하고, 추가 도발 대비해야

정부가 어제 오후 3시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대북 감시·정찰 활동을 재개했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그제 밤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하자 남북 군사합의서의 일부 효력을 정지하며 즉각 대응에 나선 것이다.

남북은 2018년 9월 휴전선 일대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군사합의서를 채택했다. 비무장지대 안의 근접감시초소(GP) 철수 ▶군사분계선 5㎞ 이내 포사격 및 야외 기동훈련 금지 ▶공중·해상 적대행위 금지 구역 설정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남북 유해발굴 추진 등이 골자다. 그러나 이런 합의 이후에도 북한은 수시로 포문을 개방하고, 지난해 말엔 무인기를 서울에까지 보내는 등 오히려 군사적 긴장을 고조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북한에 보내는 경고이자 한국군의 감시·정찰 능력 확충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을 동원해 위협 수위를 높이는 북한이 제한적인 군사합의서 효력 정지에 위축돼 추가 도발을 중단할지는 의문이다. 당장 북한은 군사합의서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한국군의 최후통첩을 보란 듯 무시하며 오히려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점을 앞당겼다. 나아가 북한은 빠른 시간 안에 군사정찰위성을 추가로 쏘고, 연말에 열리는 노동당 전원회의에 관련 계획을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군사합의서 효력 정지나 국제사회의 경고에 눈도 깜짝하지 않겠다는 속셈이다. 북한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저지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따라서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긴장 고조로 일관한다면 9·19 남북 군사합의서 전체의 효력 정지는 물론이고, 보다 수위가 높은 수준의 다양한 조치를 검토하고 대비해야 한다. 우선 오는 30일 미국에서 예정한 한국군의 첫 정찰위성 발사를 성공시켜 독자적인 감시체계를 갖추는 건 필수다. 또 전략폭격기·F-22스텔스기·잠수함 등 북한이 꺼리는 미군의 전략무기를 수시로 동원해 대북 억제력을 키우는 것도 시급하다.

정부의 독자 제재나 군사합의서 효력 정지에 대해 북한이 무시 전략으로 일관한다면 대북 압박을 위한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마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어제 성명을 통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기술을 포함한 우주발사체(SLV)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NSC는 우리 동맹 파트너와 긴밀히 공조해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은 우리 군의 정찰활동 재개를 빌미로 오히려 전방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 고조에 나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군 당국이 북한의 기습적인 군사행동을 감시 및 억제하고, 철저히 대응하는 태세를 갖춰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