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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안나의 행복한 북카페

나만 불행한 것 같다는 착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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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

“나는 절대 결혼하지 않을 거야” “나 같이 불행한 아이를 세상에 만들지 않을 거야”라 말하는 일찍 철든 아이가 안쓰럽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큰 시련을 겪은 아이들은 비뚤어지기 쉽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슈퍼노멀』(멕 제이 지음, 2019)은 그 생각이 틀리다는 것을 많은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평균 이상의 시련을 겪고도 예상 밖으로 잘 버텨내 사회에서 성취를 이루어낸, 회복탄력성이 우수한 사람을 심리학자들은 ‘슈퍼노멀’이라 부른다.

행복한 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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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부분 별 탈 없는 환경에서 자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아동기에 정서적 학대와 폭력을 경험한다. 이혼·알코올중독·우울·강박·범죄 등 ‘문제가족’들로 인한 고통을 겪기도 한다. 책은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이런 시련을 어린 시절에 겪는다고 알려준다. 세계적인 명사들의 자서전을 분석해 보면 이런 시련을 겪는 비율이 75%에 달한다. 겉보기에 부럽기만 한 모범가정도 그 안엔 반전의 다른 세계가 있다. 요즘 젊은 세대의 연애 포기, 결혼 포기가 단지 경제적인 이유만일까란 의문이 든다.

“나는 ○○이 싫어”라고 말할 때, 사실은 너무나 원하지만 생각과 말이 일치하지 않는 자아분열일 때가 많다. 소망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시련을 극복하고 영웅적으로 살아낸 사람들에게도 나타난다. 나이가 들어도 상처받은 영혼은 저절로 낫지 않는다. 슬픔의 기원이 된 가족이 수치심이란 낙인을 남긴다. 수치심이 정체성이 되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이해하고 이해받는 것을 포기하고 고립을 택한다. 많은 불행이 고립감에서 시작된다.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주변 도움을 구하는가 아닌가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세상을 보면 나만 빼고 모두 행복한 것 같다. 하지만 눈을 들어 사무실, 카페, 길에서 사람들을 보라. 어쩌면 우린 모두 ‘슈퍼노멀’일지 모른다. 그대, 혼자만 아프지 말길.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