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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만 시위대 "총리는 반역자"...'분리주의자 사면'에 두쪽된 스페인

중앙일보

입력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의 카탈루냐주 분리주의자 대상 사면 합의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수도 마드리드에서 17만 명이 운집한 반발 시위가 열렸는가 하면, 퇴역 장교 50명이 군대에 산체스 총리 축출을 위한 쿠데타를 촉구하고 나섰다.

1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카탈루냐주 분리주의자 사면 합의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카탈루냐주 분리주의자 사면 합의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번 사태는 산체스 총리가 총리 인준 지지를 대가로 2017년 카탈루냐 독립 시도에 연루돼 처벌받은 인사 수백 명을 사면하기로 합의하며 촉발됐다. 산체스 총리가 이끈 좌파 사회노동당이 지난 7월 조기 총선에서 패배한 후 산체스 총리는 재임을 위해 의회 과반수 지지가 필요해지자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을 추구해 온 소수 정당들과 손을 잡았다.

결국 지난 16일 찬성 179대 반대 171로 산체스 총리 인준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 5년 넘게 집권해 온 사회노동당과 산체스 총리는 권력 연장에 성공했다. 산체스 총리는 카탈루냐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사면 결정은 "사회 통합 차원"이란 입장이다.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은 "역사적 갈등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18일 마드리드에서만 경찰 추산 시민 17만 명이 모여 "산체스는 배신자" "스페인을 팔지 말라"라고 외치며 총리를 규탄했다. 이달 초 사면 합의 소식이 전해진 후 수일째 전국 각지에서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 내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약 70%가 이번 사면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스페인 퇴역 장교 50명은 17일 공동 성명을 내고 군대에 산체스 총리를 축출하고 새 총선거를 소집하라고 요구했다. 퇴역 장교들은 성명서에서 "산체스 총리의 개인적 이익만을 위해 행해진 사면 합의가 쿠데타의 주역이었던 범죄자들의 형량과 절차를 무효로 함으로써 법치를 무방비 상태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우파 국민당과 극우성향 복스당이 사면 합의를 반대하고 있다.

반면 좌파 정당 측은 이런 반발 움직임을 비판한다. 사회노동당과 연합한 수마르당의 대변인은 "극우 세력이 공포와 혼란을 조장한다"고 말했다. 수마르당 소속 이니고 에레혼 의원은 퇴역 장교들의 쿠데타 선동과 관련해 "그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벌어진 카탈루냐주 분리주의자 사면 합의 반대 시위. EPA=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벌어진 카탈루냐주 분리주의자 사면 합의 반대 시위. EPA=연합뉴스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은 스페인에서 민감한 문제다. 바르셀로나가 주도인 카탈루냐주는 당초 독립 국가였으나 1714년 스페인에 강제 병합됐다. 하지만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지니고 민족적 자부심도 높아 병합 이후 지속적으로 분리 독립을 요구해왔다. 특히 중앙정부가 부유한 카탈루냐에서 세금을 걷어 다른 지역에 나눠줌으로써 부를 가로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스페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간 스페인 중앙정부는 경제적 이유와 스페인 내 다른 분리 독립주의자들의 동참 등을 우려해 카탈루냐의 독립 시도에 강경 대처해왔다. 카탈루냐는 2017년 분리 독립을 위한 지역 국민투표를 실시해 찬성 90%(투표율 42%) 결과를 바탕으로 독립을 선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독립 시도를 저지하고 관련자들을 체포했다.

이번 사면 합의에 따라 실제로 사면이 이뤄질 결우 당시 국민투표 등의 관련자 400명가량이 사면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2017년 분리 독립을 주도했다가 기소 위기에 몰리자 벨기에로 망명한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도 포함된다. 또 국민투표 저지 과정에서 법적 문제를 일으켰던 경찰관들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유럽연합(EU)도 주시하고 있다. 스페인 야당의 개입 요청을 받은 EU는 이번 사면안이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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