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늘어나 국민 불안감 확대…이젠 검거보다 범죄 예방이 중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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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5호 25면

범죄 안전망 넓힌 주역들 

조지호 경찰청 차장은 “범죄 예방 시스템 강화는 국민적 요구”라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조지호 경찰청 차장은 “범죄 예방 시스템 강화는 국민적 요구”라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범죄가 발생한 뒤 검거하는 것보단, 사전 예방이 중요합니다.”

최근 범죄 동향을 설명하던 조지호 경찰청 차장은 범죄 예방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최근 들어 범행 수법이 잔혹해지고 교묘해지면서 예방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단 것이다. 범인을 검거해도 범죄 피해를 복구하기 어렵단 점도 예방을 강조하는 이유다. 조 차장은 “근래 들어 절도나 강도처럼 전통적인 생계형 범죄는 감소하는 추세인데 흉악범죄와 조직적 지능범죄가 늘었다”며 “이에 맞춰 범죄 예방 시스템을 강화하라는 게 국민적 관심이자 요구”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흉악범죄가 잦았다.
“상상하기 어려웠던 범죄가 벌어지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대됐다. 범죄 양상이 변하면서 경찰도 이에 맞춰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그동안 경찰에선 이미 발생한 범죄를 추적해서 검거하는 데 중점을 뒀다. 검거 실적이 우수한 경찰관에게 포상이 따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검거보단 범죄 예방이 국민에게 더 이익이다. 예컨대 올여름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같은 사례만 보더라도, 무고한 국민이 생명을 잃었다. 피의자는 범행 10여분 만에 검거됐으나 인명 피해를 되돌리기 어렵다. 강력범죄 검거율이 90%를 웃도는 상황에서 범죄 예방에 중점을 두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지난 9월 발표한 경찰 조직개편안을 통해 치안 업무의 중심을 검거에서 예방으로 옮겼다. 개편안에선 검찰청에 범죄예방대응국을 신설하고 각 시·도 경찰청에도 관련 부서를 꾸리기로 했다. 형사기동대와 기동순찰대를 신설하고, 범죄정보시스템도 광역화하는 것으로 개편했다. 기동순찰대가 지나가는 것을 보면 범죄 의지가 꺾이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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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텐데.
“범죄예방국 설립과 더불어 행정직 2900명을 현장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인력과 예방 효과가 비례하는 건 아니다. 가령 전국적으로 설치된 CCTV도 범죄 예방 효과가 크다. 전국적으로 CCTV를 늘리면 범죄예방에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 물론 CCTV 관제센터에도 인력이 필요한데, 관제 인원을 늘리기보단 이상행동이 있을 때 자동으로 인지하고 알려주는 지능형 CCTV를 확대할 계획이다.”
사기 등 지능형 범죄도 예방할 수 있나.
“지능형 범죄는 전통적 범죄와는 전혀 다르다. 범죄자를 검거해도 피해 금액을 회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기 범죄와 관련한 범죄정보를 분석해야 한다. 영국 등 선진국에선 사기 정보를 분석해서 예방도 하고 실제 수사도 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우리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수법은 분석해서 예방 교육을 하고, 전문적인 수법은 수사에 활용해야 한다.”
마약 범죄도 급증했다.
“마약은 함정 수사가 아니면 검거조차 쉽지 않다. 워낙 조직적이고 국제적인 데다 비밀리에 움직여 예방이 쉽지 않은 분야다. 식약처와 마약 성분 분석을, 관세청과는 마약 해외 반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식으로 협업하고 있다. 투약자를 잡는 것보다 공급선을 잡는 게 마약 범죄 예방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법무부와도 협업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예방을 강조하면 검거 현장이 홀대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국민은 경찰에 요구하는 게 많고 기대치가 높다. 그런데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건 현장의 경찰관들뿐이다. 현장 경찰관이 국민의 어려움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한국을 세계 최고의 치안 선진국을 만들었다고 본다. 예방을 강조하더라도 경찰 활동이 현장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것은 변함없다. 현장의 경찰관들을 위해 내근직이나 지휘부가 존재하는 것이다.”
‘탈주범’ 김길수 검거 형사들이 특진에서 제외되면서 논란이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모두가 특진하는 것이지만, 한계가 있다. 그럴 경우 누가 핵심적인 공헌을 담당했는지 따진다. 범죄자를 먼저 발견한 것과 검거한 것을 두고 사안별로 따져봐야 한다. 가령 검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는데 헌신했다면, 현장 경찰관의 공적에 무게가 실릴 것이다. 반면 범죄자 윤곽조차 찾기 어려웠는데 행적을 확인했다면 그 공적이 크다. 공적을 비교하는 건 현장의 판단을 존중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앞으로 경찰의 방향성은.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는 게 경찰의 책무다. 지금 범죄 예방 중심으로 시스템을 바꾸는 이유는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는 시스템을 짜려는 것이다.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경찰 지휘부와 국민의 요구가 다르다면 일선 경찰관은 국민의 요구를 따르는 게 맞다. 경찰 내부적인 문제에 휩쓸리거나 개인적 이해관계에 빠지지 말고, 국민의 요구에 어떻게 응답할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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