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테슬라는 공격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습니다.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 가격도 함께 내려가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저가 전기차 생산도 예정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차는 ESG 열풍과 각국의 전기차 보조 정책으로 인해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해결되고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차량 판매가 줄어들면서 재고 증가와 가격 인하의 상황에 놓였습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세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블루오션으로 꼽히며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전기차 충전 시장입니다.
미래 먹거리 전기차 충전소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는 263억 달러였습니다. 앞으로 연평균 24.7% 성장해 2032년에는 280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프리센데스 리서치는 이 시장이 연평균 29.1% 성장해 2022년 269억 달러에서 2032년 3446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컨설팅 기업 롤랜드 버거는 2030년에 3250억 달러의 시장 규모를 예상합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시장 리서치 기관에서 10년 후 전기차 충전 시장을 약 400조 원(3000억 달러) 규모의 블루오션으로 예측합니다.
전기차 제조사는 각각 원하는 배터리를 채택해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를 장착합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연료를 채우는데 몇 분이면 끝나고 곳곳에 있는 주유소 접근성이 좋습니다. 반면, 전기차는 급속충전을 해도 30분이 걸리고 주유소보다 접근성이 낮습니다. 따라서 전기차 충전 방식의 발전과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가 매우 중요합니다.
전기차 충전은 충전 속도에 따라 ‘완속 충전’과 ‘급속 충전’ 방식으로 나뉩니다. 전기차는 직류 전원으로 움직입니다. 완속 충전은 충전기의 교류 전원을 직류로 변환해야 해서 충전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보통 4시간 이상 충전이 필요합니다. 급속충전은 변환 과정이 없어 충전이 빠릅니다. 그렇지만, 제조사마다 달라 어댑터가 별도로 필요합니다. 완속 충전은 글로벌 표준이 있어 범용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배터리 충전이 전기차의 핵심 요소임에 따라 충전소는 단순히 충전에 그치지 않고 모빌리티 인프라를 구성하는 중심으로 부상했습니다.
테슬라가 끌어가는 충전소 산업
전기차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바로 테슬라입니다. 테슬라는 전기차 개발과 함께 충전 표준과 슈퍼차저로 불리는 충전소 및 인프라 개발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에서 표준으로 사용되는 충전 방식인 복합 충전 표준 CCS(Combined Charging System)과 다르게 테슬라는 자체 충전 표준인 북미 충전 표준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를 만들었습니다.
NACS는CCS에 비해 충전 케이블이 가볍고 작습니다. 결제가 가능한 플러그 앤 차지(Plug&Charge) 기능이 있어 충전과 결제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동안 NACS는 테슬라만 독자적으로 사용했는데, 작년 11월 미국 정부가 테슬라에 NACS 규격을 개방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테슬라가NACS를 개방하면서 전기차 충전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포드는 2023년 5월, 포드의 전기차가 어댑터를 통해 테슬라의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GM, 도요타, 렉서스, 스바루 등 전기차를 생산하는 여러 기업이 테슬라의 충전 표준을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CCS 방식을 유지하지만 대부분 2025년부터 NACS 규격을 채택해 갈 예정입니다.
고가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루시드(Lucid) 역시 테슬라의 충전 표준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2025년까지 테슬라의 충전 포트를 전기차에 장착할 예정이고 그전까지는 테슬라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어댑터를 제공합니다. 북미 최대의 전기차 충전 기업이자 2만 개가 넘는 충전기를 보유한 BTC파워도NACS를 지원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처럼 테슬라의 NACS가 주력으로 활용되면 테슬라는 포드, GM 등 NACS를 사용하는 전기차로부터 50억 달러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23년 초 테슬라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 충전기 설치 비용은 경쟁사보다 최대 75%까지 저렴하며 가정용 충전기도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테슬라 외 전기차 생산 자동차 기업은 대규모 충전 인프라를 위해 설치 비용을 최대로 절감할 수 있는 NACS 표준을 채택한 것입니다. 많은 전기차 기업이 테슬라의 NACS를 채택하면서 NACS와 CCS 표준의 대결 양상을 띠게 됐습니다.
블루오션 선점을 위한 경쟁과 협력
현대차와 기아차는 BMW, GM, 혼다, 메르세데스 벤츠 등과 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해 협력을 강화합니다. 조인트벤처는 2030년까지 초급속 충전소 3만개 이상을 미국 전역에 설치할 계획입니다. 이 충전소는 CCS와 NACS를 모두 지원하는 모든 전기차 고객을 위한 인프라입니다. 테슬라를 견제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전기차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이처럼 NACS와 CCS는 서로 다른 표준이지만, 전기차 운전자로서는 NACS와 CCS를 모두 사용하면서 차량 브랜드와 관계없이 충전이 가능한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특정 충전 방식의 선호도보다는 고속으로 빠르게 충전 가능한 많은 충전 인프라가 중요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고속도로와 지역에 전기차 충전소 총 50만 대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2030년까지는 신차 판매의 최소 50%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전기차 활성화 대책도 발표했습니다. 최근 우리 정부도 관련 규제를 완화하며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에 나섰습니다.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기를 현재의 5배 이상 늘릴 계획입니다.
전기차 충전소가 늘어나면 이는 단순히 충전 요금을 받는 사업에 그치지 않습니다. 여러 기업이 충전기를 비롯한 전기차 연계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의 완성을 노리고 있습니다. 충전 인프라에 편의점, 마트를 비롯한 리테일 연계도 가능하고 주차장, 배송과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숙박 시설과 함께 장거리 모빌리티 거점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전기차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면서 전기 충전 시장은 미래 모빌리티의 중심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