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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살리려 '전공의 비율' 조정하자…'전공의 0' 수도권 위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월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 응급실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정부의 전공의 비율 조정에 대해 "응급의학과의 전공의 수를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지난 6월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 응급실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정부의 전공의 비율 조정에 대해 "응급의학과의 전공의 수를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의사의 수도권 쏠림을 막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권·비수도권 전공의 비율 조정에 대한 수도권 병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A종합병원 이비인후과는 당초 내년도 전공의를 1명 뽑으려 했지만, 수도권 전공의 비율이 줄어들면서 내년도에 전공의를 모집할 수 없게 됐다. 이 병원 관계자는 “뽑으려던 전공의를 갑자기 못 뽑게 되면서 전공의에 지원하려던 인턴이 원치 않게 타과를 지원하거나 타 병원을 알아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는 내년도 전공의 모집과 관련,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중을 55%와 45%로 조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는 비수도권에 배정되는 전공의가 40%인데 이를 5%포인트 올리겠다는 것이다.

전공의 비율을 조정하는 건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을 늘려 지방의대를 나온 인력이 지역에서 수련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기존 6대 4의 비율을 5대 5로 조정할 방침이었지만, 의료계 반발이 커지면서 조정폭을 재검토했고 최근 5.5대 4.5 수준으로 잠정 결정했다.

이런 일괄 조정에 오히려 일부 수도권 병원이 타격받는 상황이 생긴 것에 대해 A병원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학회 정책에 따라 타 병원에 전공의 정원 1명을 양보했는데 정부 정책에 따라 또 전공의를 못 뽑게 되면서 내년에는 전공의 3, 4년 차만 1명씩 남게 된다”라며 “당장 당직에도 차질이 생기고 야간에 응급 환자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초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등은 정부 안대로 전공의 비율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한다. 이에 수평위가 해당 과의 조정안을 마련했고 이에 따라 이비인후과의 경우 의정부성모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상계백병원·보훈병원·원자력의학원·강동성심병원 등은 감원 대상이 됐다는 게 의료계 얘기다. 의정부성모병원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전공의 정원이 0명이 되면 전공의 1명이 하던 일을 기존 인원이 나눠서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너무 부담스러워진다”고 말했다. 응급의학회서도 비슷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지금도 지도 전문의 수가 5명이면 전공의를 2명까지만 뽑을 수 있어서 전공의들에게 진료의 많은 부분이 맡겨져 있다”며 “응급의학과의 전공의 수를 줄이면 망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번 강제 조정 여파로 필수 과 중 하나인 외과에서 지원자를 오히려 받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외과는 원래 내년도에 전공의를 3명 뽑을 수 있었는데 정부 정책에 따라 2명으로 줄여야 한다. 이 병원 관계자는 “이미 지원자 3명을 확보했는데 지원하는 의사가 있어도 한 명은 못 뽑는 상황”이라며 허탈해했다. “필수 과는 수도권이든 비수도권이든 ‘하겠다’는 전공의를 받는 게 중요한데, 수도권 정원을 빼서 지방에 보내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흉부외과는 원래 경쟁률이 1:1이 안 된다”라며 “지역 정원을 늘리고 수도권을 줄여봐야 별 효과가 있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병원 관계자는 “어느 날 갑자기 정원을 조정한다고 없던 지원자가 생기는 건 아니다”라며 “지방 국립대병원에서는 오히려 마취통증의학과 등 인기과 정원도 함께 느니 기피 과를 지원하려던 이들마저 그런 데를 지원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지방 수련 환경을 개선하지 않은 채 정원만 조정한다면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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