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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동북아 중심 연구 벗어나 글로벌 전략 모색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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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4호 12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이 전문성·협업 강화 등 외교원 개편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이 전문성·협업 강화 등 외교원 개편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긴장감을 갖고 전문성을 높여라. 외교부 본부와 적극 협업하라. 그리고 일방적 보고가 아닌 토론을 하자.”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이 지난 3월 임명된 직후부터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한 세 가지 원칙이다. 외교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정부의 외교 전략을 뒷받침하고 깊이 있는 분석을 제시해야 할 국립외교원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내놓은 처방이었다. 박 원장은 지난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취임 당시) 조직은 느슨하고 기능은 약화된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며 이 같은 조치를 취한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새 국립외교원은 우수한 인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연구 성과 등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박 원장을 임명한 것도 ‘미래의 서희’를 키워내는 외교원에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오는 29일 열리는 중앙포럼에 연사로 나서 ‘글로벌 복합위기 속 한국 외교의 나아갈 방향은’이란 주제로 고견을 내놓을 예정이다. 박 원장은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이미 글로벌 외교를 지향하고 있는데 정작 외교원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을 해소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유지혜 중앙일보 외교안보부장이 진행했다.

원장실 내 가벽을 철거하고 문도 항상 열어두라는 게 취임 후 첫 지시였다.
“처음 와서 원장실에 들어가니 방 안에 또 하나의 가벽을 세워 원장 업무 공간이 보이지 않게 해 놨더라. 원장이 가벽 안에만 박혀 있으면 어떻게 소통이 되겠나. 회의 방식도 보고가 아닌 토론 형식으로 바꾸자고 했다. 업무와 관련해 정해진 결론을 보고하는 건 문서로 하면 된다. 만나서 하는 회의는 항상 열린 결말이어야 한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목표로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주안점을 두는 요소는.
“연구원 교수들이 긴장감을 갖고 연구에 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우선 연구 성과 발표 때 토론의 강도를 높였다. 단순히 보고서를 쓰는 걸 넘어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받는 게 중요하다. 과거엔 다른 전문가들이 참관한 가운데 혹독할 정도로 토론하는 게 원칙이었다. 공무원이 아닌 전문가가 돼야 한다.”
조직 개편 방향은.
“6개 연구부와 6개 센터가 병렬적으로 운영되던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해 업무 연관성이 높은 센터를 연구부 밑에 두도록 했다. 아시아·태평양연구부를 인도·태평양연구부로, 경제통상개발연구부를 국제통상경제안보연구부로 바꾸고 산하에 일본·중국·아세안·인도 연구센터와 경제기술안보 연구센터를 두는 식이다.”
미국·일본·중국·러시아 외 지역에 대해서는 관련 연구가 미흡해 보인다.
“한국 외교는 말 그대로 ‘글로벌 외교’로 진화하고 있지만 연구 영역은 여전히 한반도와 동북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남미와 태평양 도서국, 중앙아시아 등에 대한 외교적 중요성이 간과되면서 연구 공백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이야말로 향후 전략적 중요성이 큰 ‘전략 지역’이다. 그리고 이런 ‘돈 안 되는 연구’는 사실 외교원만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한다. 이는 인력과 예산의 문제이기도 한 만큼 외교원의 노력과 함께 외교부·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 등 유관 부처의 지원과 도움이 필수적이다.”
연구진의 관심 분야가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과잉 집중된 현상은 여전한 것 같다.
“보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 외교원에서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하려는 이유다. 최근엔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과 매년 1회씩 정례적인 전략 대화를 하기로 합의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직전 단계까지 와 있다. 한국은 그동안 한반도와 동북아에만 너무 갇혀 있었다. 이젠 우리가 미국과 함께 글로벌 전략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전략 대화가 정례화하면 한·미 양국이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외교 전략에 대한 인식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국립외교원이 한국 외교의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박 원장이 강조하는 ‘실효적 연구 성과’와도 일맥상통한다. 박 원장은 “외교원의 연구는 정부 국정과제나 외교 과제와 밀접하게 연계돼야 한다”며 “연구원 교수들과 외교부 심의관급 당국자를 일대일로 매칭시켜 연구 주제를 상의하고 외교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직원들은 현장 외교를 수행하는 최전방 인력인 만큼 연구보다는 당장의 외교 현안을 중시할 수밖에 없을 텐데.
“외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하루하루의 변화와 흐름은 외교부 본부가 강하지만 그 흐름이 연 단위를 넘어서면 외교원의 강점이 발휘된다. 외교원 교수들은 축적된 지식과 네트워크가 있다. 실제로 외교부 본부 국장은 1~2년 임기 내 벌어진 일들은 잘 알지 몰라도 누적된 정보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외교원에선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흐름도 모두 꿰고 있다. 외교부 본부에서 순환 보직으로 인해 단절되는 ‘지속 가능성’을 우리가 채워줄 수 있다.”
전문성을 갖춘 연구진 확보 방안은.
“채용 시스템부터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지금의 연구진 채용 제도는 일반 공무원을 채용하듯 기계적 공정성만 강조하는데, 이보다는 수월성을 추구하는 채용 방식이 필요하다. 우선 외교부에 있던 인사위원 추천권을 외교원으로 가져오고 전직 대사 등을 인사위원으로 모실 수 있도록 절차를 개정하고 있다. 공개 발표를 의무화해 다면적으로 평가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신임 외교관 교육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외교관 후보자를 위한 현장 체험학습을 계획하라고 하니 민속촌이나 민주화운동기념공원을 가더라. 물론 의미 있는 장소지만 외교관 후보자 교육을 위한 최적의 장소는 아니다. 그래서 비무장지대에 가서 안보 상황을 직접 느껴 보고 삼성 반도체공장처럼 경제안보 분야의 상징성 있는 곳을 가보라고 했다. 또 경제안보와 인공지능(AI) 등 ‘신외교 영역’ 수업을 만들고 토론식 수업도 대폭 늘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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