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할 수 없는 슬픔, 그래도 함께 울어주자는 시인의 다독임[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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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소리 없이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
곽효환 지음
문학과지성사

어떤 위로도 소용없는 커다란 슬픔에 빠진 사람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함께 울어주는 일뿐이라는 것. 이런 말은 맞는 소리겠지만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공감과 위로의 과잉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 곽효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울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다독이는 사람이다. 다섯 번째 시집인 이번 시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세월호의 슬픔을 다룬 '늦은 졸업식'이 그런 작품이다.

 그런데 '슬픔의 연대(連帶)'라고 할 만한 시인의 지향점이 '지금, 여기'라는 현실에만 붙잡혀 있는 건 아니다. 시인은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올라타 "먹먹한 슬픔과 울음으로" "잠들지 못하"고('시베리아 횡단열차 3'), 북방의 강가에서 옛 시인을 떠올리며 운다. ('국경에서 용악을 만나다')

 표제시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누굴까. 그 사람은. "까마득히 사라졌던 기억" 속의 사람이라는 단서가 주어질 뿐이다.

 "매화 향기 남은 자리에/ 벚꽃 분분히 날린 다음/ 모가지를 떨군 동백꽃/ 흥건히 잠겨 흘러가는 실개울/ 수척한 빈산 노거수에 들어/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을 더듬는다".
 시의 두 번째 연이다. 아름다운 문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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