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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열어 114조원 더 풀지만… 재집권 ‘빨간불’ 日 기시다 총리

중앙일보

입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재집권’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내년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반등을 위해 13조엔(약 114조원)대 경제대책안이 담긴 추가경정예산까지 내놨지만 일본 언론들은 10일 기시다 총리 재선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일본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7일 일본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경제회복이 가장 큰 소원"…114조원대 돈 풀기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국무회의 격인 각의를 열고 13조1272억엔(약 114조원) 규모의 경제대책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결정한다. 주민세 예외 대상인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금(7만엔)을 비롯해 전기나 가스요금 보조금, 반도체 투자 지원, 임금인상을 위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들어있다. 언뜻 반길만한 경제대책이지만 민심은 냉담한 상태다. 경제살리기를 위해 필요한 돈의 70% 가까이 신규 국채 발행(8조8750엔)으로 채우기로 한 탓이다. 닛케이는 이번 추경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내년 6월 '소득세 감세’ 등이 이뤄지면 정부 재정은 악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선거만 보는 총리’ 이미지…내년 총재선거 향방은

기시다 총리는 최근 국회 연설에서 ‘경제’를 삼창하며 경제정책으로 관심을 돌리려 했지만 실패한 모양새다. 특히 지난 9일의 ‘중의원 해산 연기’ 발언이 결정타가 됐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집권 여당의 총재가 총리가 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기시다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9월. 총재 선거를 1년도 안 남긴 상황에서 일본 언론들은 기시다 총리가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고 선거를 치러 당의 장악력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하지만 지지율이 복병이었다. 기시다 총리의 지역구인 히로시마에서 G7(주요 7개국) 서밋을 개최한 지난 5월만 해도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50%를 넘겼지만, 반년도 채 안 돼 지지율은 20%대로 추락했다.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마이넘버 카드의 도입 과정에서 불거진 불만과 고물가에 대한 원성이 지지율을 끌어내리면서 ‘지지율이 높을 때 중의원을 해산해 선거를 치른다’는 계산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지지통신은 “중의원 해산의 마지막 시기로 여겨진 것이 추경안 성립 직후였다”면서 “총리가 마지막까지 이 타이밍에 해산을 모색했지만 정권 부양 '히든카드’였던 소득세 감세가 '선거용'이라는 이미지가 정착했다”고 분석했다. 정부 관계자도 “총리 머리엔 해산밖에 없다고 국민이 느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새 얼굴” 목소리 높아지나

지지통신은 그러면서 마지막 중의원 해산 기회로 내년 봄 이후를 언급했다. 내년 1월 시작하는 정기국회에서 예산안과 관련 법이 통과돼야 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지지율이 하락한 채로 총재선거가 가까워지면 자민당 내에서 ‘새로운 얼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경우 “총리 퇴진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자민당 관계자 발언도 나올 정도로 기시다 총리의 운신의 폭은 좁아지고 있다.
실제로 교도통신에 따르면 자민당 다케다 료타(武田良太) 전 총무상은 지난 9일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기시다 총리 하차’ 질문에 “아직 충분한 경제대책을 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시다 하차는 언어도단(言語道断)”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상태로 내년 9월에 다다르면 도전자에게 유리하게 되기 쉽다”며 기시다 총리에게 불리한 상황이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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