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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애들과 다투다 국악에 흠뻑…흑인소녀 최은지, 한예종 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지난 26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과에 합격한 최은지양. 전남 진도국립국악고에 재학 중인 최양은 “K-국악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문화외교관’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사진 광양시가족센터

지난 26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과에 합격한 최은지양. 전남 진도국립국악고에 재학 중인 최양은 “K-국악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문화외교관’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사진 광양시가족센터

“K-팝에 이어 K-국악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한국 문화외교관’이 되는 게 꿈입니다.”

전남 진도국립국악고에 재학 중인 최은지(19·여)양이 3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다문화가정 중도입국 청소년인 최양은 지난 26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과에 수시 2차로 합격했다. 중도입국 청소년은 부모가 한국인과 결혼하거나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온 후 데리고 온 자녀를 말한다.

최양이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6년 7월부터다. 아프리카 카메룬에 살다 한국인과 결혼한 엄마를 따라 한국 땅을 밟았다. 이후 최양은 7년여간 전남 광양에서 성장하며 낯선 한국문화에 적응해왔다.

“한국생활 7년…힘든 날의 연속”

지난 26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과에 합격한 최은지양. 전남 진도국립국악고에 재학 중인 최양은 “K-국악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문화외교관’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사진 광양시가족센터

지난 26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과에 합격한 최은지양. 전남 진도국립국악고에 재학 중인 최양은 “K-국악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문화외교관’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사진 광양시가족센터

그는 자신의 한국생활에 대해 “힘든 날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한국말을 전혀 못 해 중학교 1학년부터 다시 다녀야 했다. 한국생활 초기엔 검은 피부와 당찬 성격 덕분에 친구들과 다툼도 잦았다고 한다.

이런 최양을 변화시킨 것은 국악이다. 그는 처음 한국어를 배웠던 광양시가족센터에서 북과 장구를 접한 후 생활태도가 달라졌다. 이후 최양은 각종 사물대회 무대에서 수상할 정도로 국악에 관심을 기울였다.

최양은 진도 국악고에서 아쟁에 반했다고 한다. 아쟁은 국악기 가운데 유일하게 저음을 내는 현악기다.

국악 접한 후 한국 사랑…아쟁의 매력 빠져

지난 26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과에 합격한 최은지양. 전남 진도국립국악고에 재학 중인 최양은 “K-국악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문화외교관’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사진 광양시가족센터

지난 26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과에 합격한 최은지양. 전남 진도국립국악고에 재학 중인 최양은 “K-국악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문화외교관’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사진 광양시가족센터

하지만 다문화가정 청소년이 음악을 공부하는 것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학교 수업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최양은 “아쟁 소리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하루 8시간 넘도록 아쟁을 연주해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최양이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장명숙(55·여) 사회복지사였다. 광양시가족센터 소속인 장씨는 입국 초기 한국어 강좌를 비롯해 최양이 한국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였다. 고교 진학 후로는 각종 공모사업 등을 통해 개인레슨이나 악기 구매 비용 등을 충당하도록 돕기도 했다.

언어적 재능도 뛰어나…5개 국어 구사

지난 26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과에 합격한 최은지양. 전남 진도국립국악고에 재학 중인 최양은 “K-국악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문화외교관’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사진 광양시가족센터

지난 26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과에 합격한 최은지양. 전남 진도국립국악고에 재학 중인 최양은 “K-국악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문화외교관’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사진 광양시가족센터

최양은 국악이나 아쟁 외에도 언어 재능도 인정받았다. 한국어를 비롯해 독일어·스페인어·영어·불어 등 4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 카메룬에서 영어·스페인어·불어를 배웠고, 독일어는 엄마에게 배웠다고 한다.

2021년 11월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그는 카메룬 이름인 ‘오드리’보단 최은지가 좋다고 말한다. 최양은 “아직은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제 이름을 딴 ‘아쟁산조(牙箏散調)’를 만드는 게 꿈”이라며 “K-국악 크리에이터로 성장해 한국 음악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적 관심이 글로벌 영재 발굴한 사례”

다문화 학생 학업중단율과 대학진학률. 김영옥 기자

다문화 학생 학업중단율과 대학진학률. 김영옥 기자

전문가들은 최양을 중도입국을 비롯한 다문화 학생 중 귀감이 될 만한 사례로 꼽는다. 낯선 한국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학업을 중단하거나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다문화 학생 비중이 높아서다. 다문화 학생은 10년 전인 2014년 전국 학생의 1.1%(6만8000명) 수준에서 올해는 3.5%(18만1000명)까지 늘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의 학업중단율은 2021년 현재 중학생 0.78%, 고등학생 2.05%에 달한다. 국내 전체 중학생 0.54%, 고등학생 1.55%보다 높은 수치다. 다문화 학생 대학 진학률도 40.5%로 전국 전체 평균(71.5%)을 크게 밑돈다.

손경화 청암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악과 언어 부문 등에서 글로벌 영재가 될 가능성이 큰 인재를 지역사회의 관심과 교육을 통해 발굴한 사례”라며 “대학에서도 열심히 노력해 본인 꿈처럼 한국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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