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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란웨이러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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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호 31면

민감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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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중앙방송(CC-TV) 빌딩은 베이징의 대표 랜드마크다. 큰 고쟁이를 닮아 다쿠차(大褲衩)로 불린다. 바로 북쪽으로 빈 건물이 있다. 본래 CC-TV 문화센터로 지어진 159m 높이의 빌딩은 2009년 2월 정월 대보름 화재로 전소했다. 이후 베이징의 대표적인 란웨이러우(爛尾樓)로 남았다.

란웨이러우는 ‘꼬리가 문드러진 건물’로 직역된다. 건설사의 자금 부족이나 부실 등으로 완공되지 못한 미완성 건축을 말한다. 지난달 대형 부동산 그룹 헝다(恒大)의 쉬자인(許家印) 회장이 체포되자 란웨이러우를 양산한 부동산 제도를 성찰하는 글들이 화제다.

아이디 ‘밀림 속의 빛(密林中的光)’이란 네티즌은  “지난 20년 부동산 성장 모델은 합법적 제도로 위험을 중·하층 서민에 전가하고, 중·하층의 값싼 노동력으로 소수가 향유한 사치를 부양했다”고 고발했다. “란웨이러우가 발생한 뒤 모두 재수 없었다 여기지만, 규칙을 제정하는 데 시민의 참여가 빠진 제도는 결국 개인을 가두는 감옥이 된다”고 직격했다.

검열보다 빨리 SNS를 타고 퍼진 글은 중국의 정치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보통 서민에게 가장 큰 행운은 헝다와 같은 기업과 거래하지 않는 것”이라며 “요행으로 제도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거액의 채무는 결국 국민이 나눠 부담해야 하고, 시장의 채소 가격과 급여 카드 액수에 반영된다.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제도를 반성하고, 높은 감수성을 갖고 제도와 개인의 삶을 연계시켜 공공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각성을 촉구했다. 제도는 시민이 참여할 때 비로소 공정하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부동산 주도 성장 모델은 “이익의 사유화, 비용의 사회화, 위험의 전국민화”일 뿐이라는 반성도 나왔다.

한때 중국 최고 부자였던 쉬자인 회장이 남긴 헝다의 미완공 아파트는 중국 전역에 162만 채로 추산된다. 란웨이러우 피해는 보이스피싱에 비할 수 없는 악질 범죄다. 전화 사기는 예금 잔고만 털지만 란웨이러우 피해자는 가진 저축은 물론 모기지 대출까지 미래 30년의 수입을 빼앗긴다.

중국 중산층이 만연한 란웨이러우에 각성하기 시작했다. 잘려나갈 부추가 되기 싫다며 드러누웠던 탕핑족(躺平族)이 란웨이러우 공사장에서 피켓을 들기 시작했다. 란웨이러우를 양산한 성장 모델이 어떻게 바뀔 지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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