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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의대정원 증원 꺼낸 교수 "이젠 1000~1500명 늘려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의대 정원은 2006년 3058명으로 줄어들었다. 축소가 당연한 듯한 분위기였다. 줄인지 얼마 안 돼 "20% 증원"을 주장한 이가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OECD 보건통계회의 한국 대표)이다. 2010년 6월 한 일간지에 '의대 정원 늘려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으로 불을 댕겼다. 정원 확대의 첫 목소리였다. 당시 의사단체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정 교수는 13년 간 끊임없이 확대를 주장해 왔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났다. 정 교수는 "13년 허송세월 했으니 지금은 정원을 매년 1000~1500명 늘려야 한다"고 제안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형선 연세대 교수 인터뷰

-2010년 정원 확대를 주장한 근거는.
"연구 모델를 구축해서 돌려보니 3600명이 최소 정원으로 나왔다. 그래서 3058명을 최소한 3600명으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당시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한의사 포함)가 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1명)의 절반 수준이었다. 튀르키예 다음으로 낮았다. 국민 의료 수요는 OECD 평균보다 훨씬 높았고, 노인 인구 증가로 인해 수요가 급팽창하던 때였다."

-그 때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정부에서 의료인력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논의했다. 거기서 증원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하지만 2012년 복지부가 '청와대에서 중단 지시가 왔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됐다."

정 교수는 당시 의료계의 '요주의 인물'이 됐다. 하지만 증원 주장을 멈추지 않았다. 복지부 전 차관이 공식석상에서 "의대 증원을 주장한 분"이라고 소개할 정도였다.

-3600명으로 늘렸으면 문제가 해결됐을까.
"어느 정도 해결했을 것이다. 늘어난 인원이 피부과·성형외과로 갈 수도 있다. 정원을 늘리면 소아청소년과·신경외과 등 필수 분야로 조금이라도 가게 된다. 조금 늘어도 효과가 크다."

-지금은 너무 늦지 않았나.
"때를 놓친 것은 맞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13년 동안 덜 뽑았던 점을 고려해 1000~1500명을 늘리는 게 좋다."

-초기에 더 늘리자는 의견 있는데.
"1000~1500명이 아니라 그 이상을 초기에 늘리고 이후에 줄이면 가장 좋다. 하지만 의료계 반발도 고려해야 하니 그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의료계는 정원을 늘려도 필요한 데로 가지 않을 거라는데.
"지역인재선발 비율을 올리면 지역에 남는 의사가 10~15% 늘어날 것이다."

정 교수는 "지역에 남을 의사를 별도로 선발해 강제로 남길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역의사제 같은 방안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현재의 필수의료 의사 부족은 어떻게 해결하나.
"방법이 없다."

-수가를 대폭 늘리면.
"절대 안 된다. 올려주면 더 안 간다. 흉부외과 수가를 100% 올렸는데, 지원자가 늘어났느냐. 수가 올려봤자 전체 의료비만 올라간다."

-다른 방안이 없나.
"유일한 방법은 의사 총량을 늘리는 것이다. 정원이 늘지 않으니 필수 분야 의사가 부족한 것이다. 13년간 늘리지 않는 바람에 의사 수입만 올려놨다."

 정 교수는 지난 7월에 공개된 'OECD Health Data'를 인용했다. 한국의 '개원 전문의'의 연소득은 근로자 평균소득의 6.8배로 OECD 1위라고 한다.

-정원 늘리기에 의사협회 반대가 심하다.
"공과대학 입학 정원을 늘리는데 공대학장·학생의 동의를 받아야 하나. 현장 의사 이해를 구하기 위해 10여년간 협의했지만 동의하느냐. 앞으로도 안 할 것이다. 의협 회장 선출방식이 직선제(내년 3월)라서 더욱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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