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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遊必有方(유필유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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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양주동 선생이 작사한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로 시작되는 ‘어머니 마음’ 노래의 제2절 가사는 “어려선 안고 업고 얼러주시고 자라서는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으로 시작한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 혼왕(?王)은 연나라의 공격을 받자 도망하여 행방이 묘연해졌다. 혼왕을 모시던 신하 왕손가(王孫賈)의 어머니는 왕손가에게 “네가 아침에 나가서 늦게 돌아온다면 나는 문에 기대어 기다릴 테고, 밤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으면 거리까지 나가서 기다릴 테니, 너는 어서 왕을 찾아라”라고 하였다. 여기서 ‘문간에 기대서서 자식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린다’는 뜻의 ‘의문지망(倚門之望)’이라는 4자성어가 생겼다.

외유하되 반드시 가는 방향을 알려야. 遊:놀 유, 必:반드시 필, 方:방향 방. 23x71㎝.

외유하되 반드시 가는 방향을 알려야. 遊:놀 유, 必:반드시 필, 方:방향 방. 23x71㎝.

공자는 “부모가 계시거든 멀리 외유하지 않으며, 부득이 외유하게 되면 반드시 가는 방향(곳)을 알리라”고 하였다. 가까이서 모시며 ‘혼정신성(昏定晨省:조석으로 살피는 것)’하라는 뜻도 있지만, 부모는 자식이 멀리 떠나는 것 자체를 걱정하기 때문에 한 말이다. ‘이태원’에 간 줄도 모르고 있다가 참사 소식을 듣는 슬픈 일이 없도록 반드시 가는 곳을 말씀드리라는 의미인 것이다. ‘문 기대어 기다리는’ 부모님 마음을 헤아려 반드시 가는 곳을 알려 드림으로써 효를 실천하고 근신(謹愼)도 하도록 하자.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