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고치는 방법으로 자동차를 새로 만들려니 힘들 수밖에 없는 거예요.
“애 키우기 왜 이렇게 힘든 거냐”는 질문에 하정훈소아청소년과의원 하정훈 원장은 이렇게 답했다. 고장 난 자동차를 고치는 방법으론 자동차를 새로 만들 수 없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와 보통의 아이를 키우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요즘 양육자들은 전자의 방법으로 후자를 키우려 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애 키우기가 힘들어진 것”이라고 그는 진단한다.
100만 부 넘게 팔린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저자로 유명한 하 원장은 아이의 문제 행동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소위 ‘솔루션 육아’에 반론을 제기한다. 인기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와 오은영 박사로 대표되는 일련의 육아법이다. 실제로 양육자들 사이엔 ‘오은영파’와 ‘하정훈파’가 나뉜다. 오은영파가 아이에게 공감해 주는 걸 우선한다면, 하정훈파는 양육자의 권위에 방점을 찍는다. 육아의 중심에 아이가 아니라 양육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 원장은 “아이는 가족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키워야지, 아이에게 맞춰서 뭔가 특별한 것을 해줄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또 “신체‧두뇌‧언어‧사회성 등이 골고루 발달해야 하는데, 소위 솔루션 육아법은 특정 한두 개만을 강조해 자칫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가 요즘 보통 아이를 대상으로 한 육아법과 훈육법 전파에 힘을 쓰는 건 그래서다. 그는 “문제가 없는 아이라면 어느 정도 대충 키우는 게 좋다”고까지 말한다. 아이를 대충 키우라니, 대체 무슨 말일까? 그가 그토록 강조하는 보통 아이 양육법은 뭐가 다른 걸까? 지난 5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하정훈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그를 만났다. 1990년에 문을 연 뒤 30년 넘게 운영하는 곳이다.
📢붕어빵틀부터 만들어라
아무리 좋은 반죽과 팥소가 있어도 틀이 없으면 붕어빵을 만들 수 없다. 아이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자질을 가진 아이와 양육자가 있어도 이것이 없으면 안 된다. 바로 ‘가정의 틀’이다. 그는 “솔루션 육아법은 ‘붕어빵을 태워버렸으니 붕어빵틀을 없애자’는 격”이라며 “그런데도 이런 육아법을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양육자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