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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도·청년·중산층 모두 여권에 등 돌렸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60호 30면

3040 직장인 부부 많은 마곡지구도 여권 대패

‘수능 킬러문항 배제’ 등 설득 없는 독주로 혼란

천하람 “윤 대통령 공정·상식 기대한 이들 실망”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교훈 강서구청장이 당선된 보궐선거에서 중도층과 2030세대, 중산층이 모두 국민의힘에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는 강서구 20개 거소투표소 중 한 곳에서도 이기지 못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20곳 중 13곳에서 앞섰고,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11%포인트 차이로 이긴 것에 비하면 지지층 상실이 뚜렷하다. 특히 중산층이 거주하는 마곡지구에서도 여당 후보가 큰 격차로 패했다.

마곡지구에 속한 가양1동은 대선 때 윤 대통령이 7%포인트 앞섰던 곳이자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이 19.6%포인트나 많이 득표한 곳이다. 하지만 이번엔 민주당이 16.1%포인트 이겼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세금 정책으로 민주당을 외면하던 중산층 민심이 윤석열 정부에 실망해 다시 돌아선 것이다. 마곡지구처럼 신도시 성격을 띠는 곳은 자녀를 키우는 30~40대 직장인 부부 등 여론 주도층이 많이 거주해 보수 정당에 특히 치명적이다.

리서치뷰의 지난 8~9일 여론조사를 보면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에서 김 후보가 뒤졌다. 특히 20대에서 진 후보 49.5%, 김 후보 34.4%로 격차가 컸다. 지난 대선 출구조사 때 20대에서 윤 후보가 2.3%포인트 뒤지고 30대에서 1.8%포인트 앞섰던 것과 딴판이다. 해당 조사에서 정치 성향을 중도라고 밝힌 이들 역시 진 후보를 김 후보보다 두 배 이상 지지했다.

이런 결과는 2020년 총선 대패 이후 보수 세력이 대선과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쌓아 올렸던 지지를 완전히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여론 지형이 이대로라면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수도권 선거에 비상이 걸리는 것은 물론이고, 강남·분당 등 국민의힘 우세 지역 당선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의원들 사이에서 나온다.

이런 지지 상실은 윤 대통령의 독선적인 국정운영 스타일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윤 대통령은 실생활에 영향이 큰 정책인데도 국민을 설득하기보다 일단 내놓고 혼란이 생기면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수능 150일 전에 ‘킬러 문항 배제’를 발표해 입시와 교육 현장에 혼란을 초래한 것이 대표적이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이나 ‘최대 69시간 근로’ 논란 등도 준비와 설득 없이 꺼냈다가 반발을 사자 백지화했었다.

민심 이반이 확인됐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선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 윤 대통령은 어제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야당의 텃밭에서 진 선거를 두고 위기론을 말하는 건 침소봉대”라고 반응하는 것을 보면 쇄신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지 않다. 국민의힘 역시 대통령실에 의견 개진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본지에 “당내에 선거 의미를 축소하려는 이들이 있는데, 무리한 사면 및 공천과 관련해 윤 대통령에게 책임론이 번지는 것을 막으려는 심기 경호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택한 국민은 내로남불이 아닌 공정과 상식을 기대했을 텐데 청문회에 보내는 인물들을 보고 뭐가 다르냐 싶었을 것”이라며 “잘하는 것도 없이 이재명 대표 탓만 하며 오만한 모습에 실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실에 할 말 하는 당의 리더십이 세워지거나, 대통령실이 공천에서 당에 자율성을 주는 등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심을 얻기 위해 유념할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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