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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창업이다!” 청년들의 ‘창농 별곡’

중앙일보

입력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3월에 발표한 ‘2022년 귀농 귀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30대 이하 청년층이 귀농을 선택한 이유로 농업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높았다. 최근 5년간 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이유가 1순위였다.

청년들의 농업·농촌을 향한 관심과 수요가 다양해진 데에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미래농업을 이끌 인재 육성 정책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음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청년농업인 3만 명 육성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산림청 등 관계부처는 기관의 특성을 살린 사업을 발굴·추진하여 청년들의 농촌 정착을 안내하고, 농업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정책사업에 힘입어 농촌에 온 청년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기술적으로 성장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준비기, 정착 초기, 성장기 등 청년 농업인 진입 단계별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과 현장 컨설팅을 통해 전문적인 농업기술 습득을 지원한다.

최근에는 1차 생산에 머무르는 농업이 아닌, 농업·농촌이 가진 저력을 발견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다양한 기술을 접목하여 농산업 창업에 나선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청년들이 구상한 농산업 창업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농산업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열고 기술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청년농업인 육성사업에 힘입어 농업·농촌에 정착한 청년들의 사례를 보며 청년들의 ‘창농별곡’을 들어보자.

◇일본에서 요리사로 일하다 귀농 결심=부모님 계신 터전에서 농업 첫발  

박재민 대표 가족사진

박재민 대표 가족사진

박재민 대표는 경남 함안에서 지역 청년농업인들과 함께 ‘함안농부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지역에서 난 쌀과 콩 등 곡물을 활용한 먹거리 생산, 농산물을 활용한 체험꾸러미 등을 판매하고 있다.

처음 시작은 농업이 아니었다. 일본의 요리문화와 코스요리에 매력을 느껴 ‘동경 하나조리사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동경 닛코호텔에 근무했다. 바쁜 도시의 일상과 스트레스에 회의감을 느껴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주체적 삶과 자연 속으로 살고 싶다는 강한 갈증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 결혼과 함께 아이가 생기면서 자연으로 향한 본능적인 귀농의 결심을 하게 됐다.

막상 귀농을 결심했으나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막막했으나 함안군 농업기술센터의 귀농 교육과 농업기술박람회, 귀농 박람회 등을 다니며 귀농의 준비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12년 부모님이 계신 경남으로 내려와 함안군 농지임대사업을 통해 해마다 조금씩 농지를 확보하여 참깨, 들깨 농사로 재배 면적이 늘려갔다. 하지만 일손이 부족한 농촌 현실과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해야 하는 밭작물 농사에 한계를 느꼈다. 여러 밭작물 가운데 생산 전 과정에서 농업기계 활용 비율이 높은 새로운 밭작물을 고민하다가 농업기술센터의 문을 두드렸고, 기계화율이 높은 콩 기계 재배기술을 배우게 됐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콩 농사로 전환했다.

현재 박 대표는 콩 재배·생산 대부분을 기계로 진행하기 때문에 인건비로 나가는 비용을 크게 줄였다. 또한 영농에 필요한 대형 농기계를 구입하기보다 지역 청년농업인들이 보유한 농기계를 품앗이 형태로 활용하고 있다.

박 대표가 1차 생산에 적응할 때쯤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됐다. 바로 농한기에도 수입을 유지할 수 있는 가공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민하던 중 식물성 유산균이 풍부한 쌀누룩발효음료 ‘미더요’를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였다.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아 비건식을 찾는 고객에게 호응이 높았다. 특히 유당불내증으로 우유나 발효유를 먹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대체품으로 많이 구매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백태, 서리태, 보리로 만든 ‘튀밥’ 제품도 만들고 있다. 인공감미료 없이 순수 곡물로 만들고 있으며, 저온 압력으로 팽창시킨 덕분에 식감이 부드러워 유아 간식으로 좋다.

함안농부협동조합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다양한 공모사업과 지원사업에 도전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특히 농촌진흥청의 2021~2022년 특산자원 융복합 기술지원 사업 대상자에 선정되어 신규 가공 시설 구축,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가공품 기기 설비 확충으로 기존보다 더욱 안전하고 위생적인 공간에서 가공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2022년에는 ‘청년마을기업’으로 지정됐다. 청년 직원들을 신규 채용할 수 있게 되면서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지역 청년농업인이 재배한 농산물 및 소규모 농가의 농산물을 수매하여 제품화하는 등 지역 대표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올해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선발한 전국의 스타청년농업인 24명 중 한 명에 선정되어 농업인 교류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현장 홍보대사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박대표는 “농업은 정년이 없고, 음식을 만들 때와 다른 내 땀으로 농산물을 생산할 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편안함과 매력이 있다. 많은 도움과 지원으로 요리사를 꿈꾸던 청년이 이제는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청년농업인이 되었다.”라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역 공동체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우뚝 서는 날까지 조합원 모두 힘을 합쳐서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고양이 집사에서 ‘캣닢’ 사업가 된 문현진 대표

농업법인 ‘꼼냥’ 대표 문현진

농업법인 ‘꼼냥’ 대표 문현진

문현진 대표는 대학에서 인테리어디자인을 전공했다. 취업 후 기업에서 도면 만드는 일을 했지만, 어느 날 문득 일에 치여 점점 지쳐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2013년에 먼저 귀농한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었다.

어느 날 부추밭에 새끼고양이가 들어왔다. 운명처럼 다가온 귀여운 침입자가 안쓰러워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고양이들이 11마리로 늘었다고 한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고양이 ‘집사’가 된 문 대표. 고양이들을 위해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캣닢 농사까지 짓게 되었다.

“캣닢 종자가 1kg에 30만 원 정도였다.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웠다. 캣닢 재배기술을 알 수 없어서 직접 파종한 후 1년 동안 시험적으로 재배하면서 점차 재배하는 기술을 터득했다.”

이렇게 캣닢 재배기술을 터득한 문 대표는 2021년 농촌진흥청의 ‘청년농업인 경쟁력제고사업’ 대상자에 선정됐다. 지원금으로 캣닢 쿠션과 고양이가 생활하는 공간 어디에나 뿌려서 쓸 수 있는 스프레이 제품을 제작할 수 있었고, 연간 2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하였다. 제품 이름인 ‘고로롱’을 상표 등록하면서 유일무이한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캣닢 쿠션은 경기도 안성시 ‘안성맞춤 시니어클럽 일자리 사업’을 통해 알게 된 ‘은빛재단사’ 어르신들에게 수작업을 맡겨 시니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농업법인 ‘꼼냥’을 설립했다. 2022년에는 농촌진흥청의 ‘선도 농가 기술이전 활성화 사업’에 선정됐다. 관내 청년농업인들이 재배한 캣닢을 전량 구매해 제품 원료로 쓴다. 문 대표는 안정적인 원료를 확보하는 계기가 됐고, 관내 청년들은 연중 고른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상생 모델의 표본이 되고 있다.

문현진 대표는 “청년농업인들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새로운 눈으로 도전하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농업의 무한한 가능성에 눈뜨고 참여하는 청년농업인들이 많아지면 재배단지, 마을기업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고, 농업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곤충 바라기에서 곤충공방 대표로, 정읍이화곤충 신미담 대표

정읍이화곤충 신미담 대표

정읍이화곤충 신미담 대표

신미담 대표는 배추와 고추 등 여러 가지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던 중 지속 가능한 먹거리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그러던 중 우연히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자료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곤충이 미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식용곤충으로 지정된 곤충들은 영양학적으로 고단백 덩어리이다. 이 점이 미래 대체 식량으로 손꼽힌 이유다. 게다가 사육에 필요한 먹이도 적게 들고, 일정한 사육환경만 갖추면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충분히 키울 수 있다.

식용곤충 사육에 대한 확신이 서게 되면서 곤충농장을 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정보를 모으다 보니 이미 수백 곳의 곤충농장이 있었고, 좋은 시설과 확고한 판로를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것은 무리가 따랐다. 신 대표는 차별화된 전략을 고민했다. 그리고 식용이 아닌 반려동물의 사료 제조를 곤충 원료 사육, 반려 곤충을 주제로 한 체험학습 농장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전북 정읍시 산매면에 위치한 정읍이화곤충공방은 다양한 곤충 체험과 곤충 아트 갤러리, 직접 사육한 곤충 분양 등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곤충=벌레’라는 일반적인 인식개선을 위해 곤충아트갤러리와 반려 곤충 관찰·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작은 생명에 대한 호기심과 신비함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또한 곤충을 살펴보고 만져보며 친숙해지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치유농업의 다변화에도 힘쓰고 있다.

또한, 국내 최초로 수명을 다한 나비목 곤충을 폐기하지 않고 날개 부속물을 이용한 나만의 비즈·이니셜 팔찌 제작, 나비날개 컵 받침대 등 상품을 개발했다. 2022년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한 농산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곤충의 재탄생’이라는 아이디어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신미담 대표는 농업계 비전공자이다. 따라서 초창기 농산업 창업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무척 막막했다고 한다. 이 때 가장 큰 도움이 된 곳이 농업기술센터였다고 한다. 특히 영농 정착 초기에 필요한 정보습득을 위해 가장 빠른 통로임을 강조했다.

현재 운영하는 곤충농장은 정읍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산속 마을에 있다. 앞으로 사업체를 성장시켜 지역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꿈이 있다.

신 대표는 “곤충에 대한 거부감이나 불편함이 있는 분들이 방문해도 모두 즐길 수 있는 농장이라는 점이 저만의 아이디어이고 강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청년농은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실천력만 갖추면 청년농이 가장 경쟁력 있는 농업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많은 사람이 곤충을 편하게 접할 수 있게 곤충 카페를 만들고 전국에 지점을 만드는 게 목표이다.”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청년농업인육성팀’을 주축으로 청년농업인재 육성과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청년농업인 육성을 위한 전담팀을 구성한 뒤, 가장 먼저 착수한 작업은 정부, 관계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제공하는 청년농업인 대상 지원사업, 교육정보, 창업정보, 농업정보 등을 한곳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똑똑청년농부’ 누리집은 귀농을 희망하는 예비 청년농업인과 영농정착 및 독립단계에 있는 청년농업인이 본인에게 맞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아울러 농산업 분야에서 기술창업을 한 청년농업인 경영체의 유통 역량 강화와 농산물 판로개척 지원을 위해 한국MD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상품기획 전문가 교육과정 운영, 청년농업인별 맞춤형 전문 컨설팅 추진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선도농가 우수기술을 통한 청년의 창농을 지원하는 ‘선도농가 기술이전 모델화사업’, 시제품 제작 및 가공․체험 프로그램 개발 등 창업을 지원하는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사업’, 각 지역 청년농업인의 소통과 교류 활성화를 위한 ‘청년농업인 협업공간 조성사업’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또한 ‘신규농업인 현장실습교육’, ‘청년농업인 경영진단 분석 컨설팅사업’과 시군농업기술센터의 ‘청년농업인대학’을 운영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농촌진흥청에 속한 비영리 청년농업인 학습단체인 ‘한국4-(H)중앙연합회’의 신규 회원 모집과 활동을 지원하고, 식량·원예·축산 품목별 연구 모임체 구성을 확대해 청년농업인 공동체 육성을 추진 중이다.

또한 한우, 쌀, 시설채소 같은 동일한 품목을 생산하는 청년농업인들의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품목별 연구 모임체 결성도 지원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정부 정책사업을 통해 유입된 청년농업인들이 지역사회에 잘 적응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하여 기술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에 이바지하면서 우수사례를 모델화·확산을 위해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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