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끕니다" 낮과 다른 밤 착륙…알고보니 '중한 이유' 있었다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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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뚫고 인천공항에 착륙하는 여객기. 중앙일보

어둠을 뚫고 인천공항에 착륙하는 여객기. 중앙일보

 여객기가 목적지 근처에 다다라 착륙을 앞두면 객실 안이 여러모로 분주해집니다. “좌석 앞 테이블은 제자리로 접어 두고, 좌석 등받이도 똑바로 세워달라”는 안내방송이 연신 나오고, 객실 승무원들도 분주히 오가며 이를 꼼꼼히 확인하는데요. 좌석벨트 착용 역시 필수입니다.

 낮 시간대 이 정도면 객실 내 착륙 준비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 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러나 밤에 착륙할 때면 한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바로 비상구 표시등 같은 일부를 제외한 객실 내 조명을 대부분 꺼서 어둡게 하는 겁니다.

 물론 장거리 비행 때 기내식 제공이 끝난 뒤 승객의 편안한 수면을 위해 불을 끄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착륙 때의 소등은 그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바로 비상시를 대비한 ‘암순응(暗順應, dark adaptation)’을 위해서인데요.

 ‘암순응’은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거나 갑자기 정전됐을 때처럼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차 보이기 시작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밤에 객실 조명을 밝게 켠 채 착륙하다가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승객을 급히 밖으로 탈출시켜야 하는데요.

여객기 객실 모습. 중앙포토

여객기 객실 모습. 중앙포토

 이때 갑자기 어두운 바깥으로 나온 승객들은 암순응 현상 때문에 초기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우왕좌왕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비상탈출에도 지장이 생기고, 자칫 피해가 커질 우려도 있는데요.

 그래서 야간에 착륙할 때 미리 객실 내 조명을 어둡게 해서 암순응을 앞당기는 겁니다. 그러면 유사시 밖으로 나가서도 시야 확보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가 만든 객실안전가이드에 규정된 사항이라고 하는데요. IATA는 전 세계 200개 넘는 항공사가 참여하는 민간기구로 흔히 ‘항공업계의 유엔(UN)’으로 불립니다.

 IATA의 객실안전가이드에는 착륙 시점의 시간대에 따라 밝은 시점에는 밝은 조명을, 어두운 시점에는 시설물 확인이 가능한 수준에서 어두운 조명으로 조절하게 되어 있습니다. 비상탈출 시는 물론 일반 하기 때에도 승객의 눈이 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입니다.

야간에 이착륙 할 때는 객실 조명을 어둡게 한다. 블로그캡처

야간에 이착륙 할 때는 객실 조명을 어둡게 한다. 블로그캡처

 이 같은 규정은 착륙은 물론 이륙 때에도 적용되는데요. 대한항공의 고은새 객실승무본부 품질심사그룹장은 “항공기는 기본적으로 안전하지만, 상대적으로 이착륙 때 사고 가능성이 더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국제기준이 마련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합니다.

 참고로 조명과 달리 밤낮에 상관없이 착륙 때 객실 승무원들이 챙기는 게 있습니다. 바로 창문 덮개를 올리는 건데요. IATA의 객실안전가이드에는 착륙 때 비상상황에 대비해 승무원이 외부 환경을 확인할 수 있도록 비상구 및 비상구 인근 창문은 개방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객실 승무원들이 유사시 바깥 상황을 먼저 파악할 수 있어야 그만큼 대응도 빠르기 때문일 텐데요. 대한항공은 이 규정을 보다 보수적으로 확대 적용해 승객들에게 객실 내 전체 창문의 덮개를 올려달라는 요구를 해왔습니다.

이착륙 때 비상구 및 비상구 인근 창문은 덮개를 올려둬야 한다. 중앙일보

이착륙 때 비상구 및 비상구 인근 창문은 덮개를 올려둬야 한다. 중앙일보

 그러다가 지난 2021년 11월 16일부터 이 규정을 없애고 승객이 자율적으로 덮개를 올리거나 내리도록 바꿨다고 하는데요. 승객에게 번거로움을 덜 주고, 착륙 때 확인할 사항을 간소화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입니다.

 객실 중간 중간에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일반석 같은 좌석 클래스 구분 등 여러 이유로 쳐놓은 커튼 역시 이착륙 때는 걷어서 묶는 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라고 합니다. 이는 승무원이 객실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인데요.

 고은새 그룹장은 “이착륙 때는 객실 승무원이 승객을 볼 수 있는 시야 확보가 중요하다”며 “이를 고려해 항공기 제작사에서 아예 객실 승무원이 착석하는 위치를 정해주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이착륙 때 객실에서 이뤄지는 준비절차 하나하나에도 다 안전과 이어지는 의미가 있다는 게 새삼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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