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치매도 암도 고친다? 미생물 개척 나선 한국기업 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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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커지는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K-바이오 지도 by 머니랩

K-바이오 지도 Q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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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에 서식하는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집단)의 무게가 뇌보다 무겁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이들과 인체 면역 시스템의 관계에 대한 연구와 신약 개발이 활발합니다. 또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뇌 신경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 연구를 통해 암을 고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치매·자폐 등 각종 뇌 질환의 예방·치료에도 나설 수 있는 겁니다.

바이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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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속 미생물을 활용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에서 속속 뛰어들며 성과를 내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 군집(Microbiota)과 유전체(Genome)의 합성어다. 마이크로바이옴 활용 분야는 헬스케어·화장품·식품 등 다양하지만 가장 큰 관심사는 치료제 시장이다. 2010년 전후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이 개발·보급되면서 연구·개발(R&D)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2006년 262건에 불과했던 전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특허 건수는 2016년 2만1000건으로 급증했다. 바이오 시장조사업체 이밸류에이트 파마는 지난해 200만 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시장 규모가 2028년 17억7100만 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초창기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몸에 유익한 미생물을 찾는 것에 집중했다. 최근에는 미생물 집단의 분포 변화를 밝혀내고, 이를 질병 치료에 이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초반에는 미생물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장내 미생물 연구가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간·심혈관·혈액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정상인과 환자의 미생물 집단 구성을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우세한지 혹은 어떤 미생물이 높은 분포를 보이는지 발견하는 게 핵심이다. 정상인보다 유독 환자에게서 특정 미생물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면 그를 타깃(표적)으로 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현재 임상 2상 이후 단계에 있는 90개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파이프라인(후보 물질)을 보면 감염증이 26%, 위장관 질환이 18%로 높다. 암이나 피부 질환은 각각 10%의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장내에 서식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치매나 우울증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파이프라인이 늘고, 개발에 뛰어드는 바이오테크도 급증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최종 문턱을 넘어선 신약은 2개뿐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허가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어떤 기전으로 치료 효과가 나타내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치료 물질의 작용 기전이 명확하지 않다는 건 약물의 유효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아직은 초기 시장이라는 얘기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국내에서도 여러 바이오테크가 미지의 세계 개척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고바이오랩은 8000종 이상의 균주 라이브러리를 보유한 마이크로바이옴 바이오테크다. 각종 대사 질환과 암,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파이프라인도 다양하다. 가장 앞선 건 면역 피부 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KBLP-001’이다. 전임상 단계에서 아토피 피부염 및 건선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걸 입증했다.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KBLP-002)와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KBLP-007)도 개발 중이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지놈앤컴퍼니는 고형암(세포로 이뤄진 단단한 덩어리 형태의 종양) 치료 물질 ‘GEN-001’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위암 및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장기적으로 큰 기대를 거는 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 후보 물질 ‘SB-121’이다. 건강한 산모의 모유에 있는 균주로 만드는데, 회사 측은 임상 1상에서 인지 능력의 향상과 안전성을 확인했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현재 2상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준비 중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고형암, 염증성 장질환, 과민성 대장증후군(IBS), 천식, 파킨슨병 등 다양한 적응증을 대상으로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가장 빠른 건 고형암 치료 후보 물질 ‘CJRB-101’과 면역항암제(키트루다)의 병용 요법이다. 전임상 단계에서 ‘CJRB-101’이 암 조직 성장을 억제하는 ‘M1 대식세포’는 활성화하고, 암을 키우는 ‘M2 대식세포’는 M1으로 바꾸는 효과를 확인했다. 올해 초 임상 1·2상 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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