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도 못 쒀요" 안 통한다…도토리 무단 채취족 공중서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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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연세대 내 숲인 청송대에서 무단으로 도토리를 채취하던 A(75)씨가 배낭에 가득 담긴 도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장서윤 기자

2일 오후 연세대 내 숲인 청송대에서 무단으로 도토리를 채취하던 A(75)씨가 배낭에 가득 담긴 도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장서윤 기자

“추석이라 나왔지. 단속 안 하잖아. 학교 문 열면 줍지도 못해.”
2일 오후 연세대 캠퍼스에서 만난 A씨(75·여)가 배낭에 가득 찬 도토리를 보여주며 말했다. 배낭이 도토리로 가득 차 한손으로 들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도토리를 무단 채취하면 벌금을 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A씨는 “조금밖에 안 돼서 묵도 못 쑨다. 이거 갖고는 어림도 없다”라며 외려 불평을 했다.

추석 연휴 막바지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산림을 낀 국립공원과 대학 캠퍼스에서 도토리·버섯 등 임산물을 무단 채취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실제 임시 공휴일인 2일 오후 찾은 연세대 캠퍼스 안에서는 도토리를 줍는 이들을 5분에 한 명꼴로 발견할 수 있었다. 캠퍼스 내 숲인 청송대 곳곳에는 다람쥐 그림과 함께 ‘도토리는 저의 소중한 식량입니다. 가져가지 말아 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도토리 채취족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취재진이 다가가자 “알겠어요. 안 할게요”라며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아랑곳 않고 임산물을 계속 줍는 이들도 있었다. 나뭇가지를 들고 도토리 나무를 툭툭 친 뒤 도토리를 줍던 채모(60)씨는 “손주들도 보여주고 장식품으로 쓰려고 길거리에 있는 것만 조금씩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바위에 앉아 주운 밤송이를 골라내던 임모(75)씨는 “도토리는 몰라도 밤은 주워도 되는 것 아니냐”며 “작은 밤은 다람쥐 먹으라고 놓고 가려고 한다”고 했다.

2일 오후 연세대 내 숲인 청송대에서 임모(75)씨가 인근 산에서 주운 밤을 꺼내보였다. 임씨는 ″작은 밤은 다람쥐 먹으라고 놓고 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서윤 기자

2일 오후 연세대 내 숲인 청송대에서 임모(75)씨가 인근 산에서 주운 밤을 꺼내보였다. 임씨는 ″작은 밤은 다람쥐 먹으라고 놓고 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서윤 기자

2일 오후 연세대 내 숲인 청송대에 '도토리는 저(다람쥐)의 소중한 식량입니다. 식량을 가져가지 말아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장서윤 기자

2일 오후 연세대 내 숲인 청송대에 '도토리는 저(다람쥐)의 소중한 식량입니다. 식량을 가져가지 말아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장서윤 기자

전국 임야와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산림청·국립공원공단에도 비상이 걸렸다. 산림청은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31일까지 산림 내 불법행위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송이·능이·싸리버섯·잣·도토리, 각종 약초 등 임산물의 불법 채취 행위가 단속 대상이다. 국·사유림 구분 없이 단속한다. 국립공원공단도 7일부터 본격적으로 단속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산주의 동의 없이 임산물을 채취하는 경우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산림청 직원들이 산에서 무단으로 산나물을 채취한 이들을 단속하는 모습. 산림청 제공

산림청 직원들이 산에서 무단으로 산나물을 채취한 이들을 단속하는 모습. 산림청 제공

산림청은 불법 채취 단속을 위해 자체 드론 감시단(5개 지방산림청 및 27개 국유림관리소)도 투입해 운영하고 있다. 산림청 보유 드론 339대 중 산불·산사태 등 재난 임무를 제외하고 100여대가 단속에 동원된다. 산림청은 드론 등 장비·인력 단속을 포함해 지난해 총 128건의 임산물 불법채취 현장을 단속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통제되지 않은 사람들이 산에 들어가 무단으로 임산물을 채취하면 산림을 훼손하고 산불 등 재난 위험과 직결될 수 있는 데다, 국유림의 경우 임업 생산자 등 허가받고 채취하는 주민의 정당한 권리를 뺏는 행위”라며 “최대 역량을 동원해 임산물 불법채취 단속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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