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수 영숙 말투, ○○랑 너무 비슷하지 않아?
헐 나도 보면서 영숙, ○○랑 똑같다고 맨날 남편에게 얘기하는데…
방송이 끝나도 이들이 남기고 간 이야기는 계속된다. 5박 6일간 솔로 나라에 갇힌 출연자들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제작진은 굳이 포장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완의 인간들은 이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오늘도 사랑이 아닌 사회생활을 배웠다", "거울치료 완료", "나솔은 ENA가 아닌 EBS에 편성됐어야" 등의 반응이 쏟아진다. 올해 3~4%대를 유지하던 '나는 SOLO' 시청률은 16기 방송 직후 5%선을 오가다 지난 27일 6.9%(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방송가구 기준 ENA·SBS Plus 합산 수치)로 자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개성 넘치는 16기로 화제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나는 SOLO' 남규홍 PD를 전화로 만났다.
- 10기에 이어 두 번째 돌싱(돌아온 싱글) 특집인 16기가 화제다
- 돌싱들의 경우 사연이나 개성들이 일반 편보다 강도가 세서 그런지 반응이 뜨겁다. 그러나 일희일비하지 않고 담담하게 가려고 한다. 편성은 다른 기수보다 4~5회가량 많은 11회로 늘렸다. 오는 10월 4일이 16기 마지막 방송이다.
- 촬영 기간은 어떻게 되나. '출연료 100만원'설은 진짜인가
- 촬영은 5박 6일 동안 진행된다. 12명의 출연자에게 기본 출연료 10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데이트 비용도 출연자가 직접 부담하는데 그렇게 해야 개인의 성향과 취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 데이트권 같은 경우 제작진이 비용을 지원하는데 특별히 제작진이 내는 기회가 오면 다들 활용을 잘 하는 것 같다.
- 지원자도 많을 것 같은데, 출연자 선정 기준이 있다면
- 지원서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들어온다. 물리적인 시간 탓에 4~5배수로 추려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중에서 12명을 뽑는다. 출연자를 선정할 때 직업, 신분을 두고 차별하지는 않는다. 데이팅 프로그램이다 보니 이성에 대한 매력이나 캐릭터를 잘 살펴보는 편이고, 인성이 괜찮다 싶으면 좋은 출연자라고 판단한다. 연애 프로그램을 오래 하다 보니 PD로서 어느 정도 감이 생긴 것 같다.
- 이번 16기를 두고선 리얼 다큐멘터리라는 반응이 많다
- 찍는 스타일도 그렇고 다른 예능과 달리 다큐적인 요소가 많다. 제작진이 교양 프로그램 출신이다 보니 다큐에 강한 부분도 있고, 전체적으로 교양적인 부분을 부각하려고 하는 편이다. 이번 기수에서 유독 사과하는 모습들이 많이 나오긴 하는데 어쨌든 방송을 통해 비치는 출연자들 모습에는 여러 가지 인간적인, 허술한 점이 있는 것 같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방송에 필요한 만큼만, 과하지 않게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 연출자로서 욕심과 출연자 보호, 그 사이에서 고민이 클 것 같다
- 편집은 제작진 고유 권한이라는 것을 출연자들도 인지하고 있다. 제작진 가이드라인 안에서 움직이고, 출연자들도 대체로 제작진을 신뢰하고 따라주는 편이다. 출연자가 과도하게 이래라 저래라 할 경우 프로그램은 산으로 가버린다. 개인적으로 편차가 있을 수 있고, 제작진에 대해 크고 작은 요구사항이 있을 수 있다. 출연자들의 요구가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충분히 반영해주고 그렇지 않는 경우엔 프로그램을 우선으로 선을 지켜가며 편집하는 편이다.
- 촬영 중 문제를 일으킨 출연자도 있었나
- 10년 전 방송됐던 '짝'의 경우 2주에 1번씩 촬영했다. 애정촌에 들어와서 음담패설을 한다던지 문제를 일으킨 출연자를 퇴소시킨 경우가 서너번 있었다. '나는 SOLO'의 경우 아직 퇴소까지 간 출연자는 없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중도 퇴소하는 게 맞다. 끝까지 데려가 숨기거나 감쌀 이유가 없다. 촬영 도중 출연자 문제를 발견했을 때 즉각 퇴소시키는 것이 훨씬 건강한 방법이다.
남 PD는 2011년 첫선을 보인 SBS 예능 프로그램 '짝'을 통해 일반인 연애 예능 시대를 열었다. 최고 시청률 11.3%를 기록하며 한때 큰 인기를 끈 '짝'은 출연자의 성인물 출연 경력 등으로 물의를 빚으며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다 2014년 3월 출연자가 극단 선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프로그램은 3년 만에 폐지됐다. 이후 남 PD는 2020년 10월 '짝'의 정신과 철학을 그대로 가져온 데이팅 프로그램 '스트레인저'를 제작했고, 이듬해 7월에는 '나는 SOLO'를 연출하며 13년째 일반인 남녀의 사랑을 관찰하고 있다.
- 출연자들에게 본명이 아닌 영숙, 상철 등 가명을 부여하는 이유는
- 본명을 쓰게 되면 개인정보라든지 여러 민감한 정보들이 보호받기 어렵다. 그래서 가명을 사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이 가명을 어떻게 쓰느냐도 프로그램 정체성에 영향을 끼친다고 봤다. 요즘 이름이 아니라 낯섦도 있지만 기수마다 이름이 반복되다 보니 특성화도 생긴다. 실제로 그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동명의 출연자를 응원한다거나 '촌스러운 이름에 빛을 내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 '짝'에 이어 '나는 SOLO'까지, 연애 프로그램은 만고불변의 흥행템인가
- 이 장르는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본능과 본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애를 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연애를 하고 싶은 것이 본능이고 본성이다. 인간의 사랑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하면 거기에 타인도 있지만 내 모습도 있다. 내 모습에 투영해서 보면 성찰하고 느끼는 바가 많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단순한 것보단 입체적인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인간의 호기심, 욕구, 관심, 애정이 응축돼 보여지니까 제작진이 잘만 만든다면 언제든 인기를 끌 수 있는 장르다.
- 시청자들이 '나는 SOLO'를 보며 무엇을 느꼈으면 하는지
- '나는 SOLO'는 결혼 상대인 배우자를 찾아보는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사랑에 대해 탐구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의 사랑을 조명하다 보면 인간, 사회, 인생이 자연스럽게 묘사되기도 한다. 사랑을 통해 인간을 본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의도다.
- 연애 프로그램 홍수 시대, 타 프로그램과 차이는
- 연애의 본질과 핵심에 가장 가까운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있지만 '나는 SOLO'는 전 세대 전 계층, 돌싱과 모태솔로 등 다양한 사람들을 아우른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진이 잘만 제작한다면 모든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가운데 위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제작진은 어디 치우친 구석 없이 최선을 다해 잘 만들고 있다고 본다. 완성도나 작품성에도 부끄럼이 없고 캐릭터 등 기타 요소들도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