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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입안에 핏자국…37년만에 '마장마술' 메달 놓친 한국 승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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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경기를 펼치는 승마 대표팀 김치수. AFP=연합뉴스

지난 26일 경기를 펼치는 승마 대표팀 김치수. AFP=연합뉴스

한국 승마가 지독한 불운에 울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노메달에 그쳤다.

한국 승마 대표팀은 28일 중국 저장성 통루 승마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개인전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김치수(전라북도승마협회)가 홀로 결선에 올랐으나 9위(67.800%)를 기록했다. 이수진(부산광역시승마협회)은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26일 열린 단체전에서는 아예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다. 단체전은 개인전 예선에서 받은 점수 중 가장 높은 3개 점수를 추린 뒤 평균 점수로 순위를 매긴다. 그런데 김혁(경상남도승마협회)이 연기를 마친 후 말 검사 뒤 자격을 잃었다.

마장마술은 말을 잘 다스리는 기술을 겨루는 종목이다. 60m×20m 넓이의 평탄한 마장에서 규정된 코스를 따라 말을 다루면서 연기를 펼치는 경기다. 국가당 두 명까지 출전할 수 있는 개인전 결선에서는 선수가 직접 준비한 음악에 맞춰 프리스타일 연기로 기량을 겨룬다.

1986년 서울 대회에서 승마가 정식종목이 된 이래 항상 메달을 따왔다. 98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2014년 인천 대회까지는 단체전과 개인전 금메달을 독식하기도 했다. 2014 인천 대회까지 마장마술에선 금메달 1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를 따내는 초강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김혁이 동메달을 따낸 게 유일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예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선 불운이 이어졌다. 대표팀에 따르면 김혁은 경기 뒤 검사 도중 말의 입안에서 핏자국이 발견됐다. 동물 복지 차원에서 말에 핏자국이 보이면 기수가 대회 중 출전 자격을 잃는다.

신창무 승마 대표팀 마장마술 감독은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간혹 이런 일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외부적 요인 탓에 말이 놀랐을 때 진정시키면서 연기를 계속하기 위해 고삐를 강하게 죄면 재갈에 힘이 가해져 입 안의 피부가 쓸릴 때가 있는데, 하필 그게 이번에 벌어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대한승마협회 관계자는 "경기 전후로 스튜어드들이 말을 검사하는데, 연기를 다 마치고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상당히 드물다. 운이 없었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대회 전부터 대표팀은 100%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최고 기수인 남동헌(광주광역시승마단)의 말이 대회 전 공식 검사 도중 돌연 다리를 저는 듯한 모습이 포착돼 엔트리에서 빠졌다. 김균섭(인천광역시체육회)은 말의 본래 주인이 전국체전 출전을 고려하면서 출전을 포기했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도 경영에 집중하겠다며 지난 3월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포기했다. 결국 지난해 4월 선발전을 통과한 네 명의 선수가 모두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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