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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의 딸 윤지수, 삼세판 도전 끝에 펜싱 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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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6일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 우승 직후 환호하는 윤지수. 아시안게임에서 2전 3기 끝에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야구 레전드 윤학길 KBO 재능기부위원의 딸이다. [연합뉴스]

26일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 우승 직후 환호하는 윤지수. 아시안게임에서 2전 3기 끝에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야구 레전드 윤학길 KBO 재능기부위원의 딸이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레전드’ 아버지를 둔 펜싱 여자 사브르 국가대표 윤지수(30·서울특별시청)가 세 번째 도전 만에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윤지수는 26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사오야치(중국)에게 15-10으로 승리했다. 2014년 인천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이 종목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입상을 금메달로 장식했다. 윤지수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은 여자 사브르 개인전이 열린 6개 아시안게임 대회에서 빠짐없이 메달을 따는 진기록을 이어갔다. 그중 네 차례는 금메달이었다. 2002년 부산 이신미, 2010년 광저우 김혜림, 2014년 인천 대회 이라진이 정상에 올랐다. 윤지수는 9년 만에 다시 금맥을 캤다.

여자 사브르 개인전 9년 만에 금

윤지수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로 활약한 윤학길 KBO 재능기부위원의 딸이다. 현역 시절 전인미답의 ‘100 완투’ 기록을 세우는 등 롯데의 전성기를 이끈 윤 위원은 딸이 펜싱 선수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 운동선수의 길이 힘들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펜싱을 시작한 윤지수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사브르의 사상 첫 단체전 메달(동메달)을 일궜다.

아버지의 운동 DNA와 승부사 기질을 물려받은 윤지수는 승부처에서 ‘몰아치기’ 능력이 탁월하다. 국제무대에서 여러 차례 역전승을 이끈 경험을 살려 대표팀 세대교체 과정에서 에이스 김지연(34)을 이을 간판이자 맏언니가 됐다.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은 지난 4월 은퇴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함께 출전한 전은혜(26), 최세빈(23), 홍하은(24) 등 동료들은 모두 윤지수보다 어리다.

윤지수는 16강전에서 파올라 플리에고(우즈베키스탄)를 상대로 초반 3-7까지 밀리며 위기를 맞았으나 특유의 몰아치기로 승부를 뒤집었다. 특히 12-14로 뒤진 상황에서 연속 득점을 올리며 역전 드라마를 썼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8강에 오른 윤지수는 앞선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개인전 8강에서 탈락한 아픈 기억을 딛고 집중력을 유지했다. 8강전에서 줄리엣 흥(싱가포르)을 15-6으로 제압하고 4강에 오르며 메달을 확보해 우선 한숨을 돌렸다. 펜싱 개인전에선 준결승전 패자들에게 모두 동메달을 준다.

8강전 최대고비…결승 홈텃세 눌러

가장 애먹은 건 준결승이었다. 윤지수가 도쿄올림픽(16강)과 올해 6월 아시아선수권(결승)에서 맞붙어 모두 패한 자이나브 다이베코바(우즈베키스탄)와 맞닥뜨렸다. 윤지수는 물러서지 않고 과감한 찌르기를 시도하며 접전으로 몰고 가 결국 15-14, 한 점 차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다이베코바 징크스를 깬 윤지수는 중국 홈 팬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사오야치와의 결승전에서 1라운드를 8-2로 압도하며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그는 마지막 집중력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승리를 확정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국내 대회를 뛰다 무릎을 다쳐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마취 주사와 테이핑으로 버틴 끝에 한국 여자 사브르에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

한국 펜싱은 이날 끝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일궜다.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오상욱과 구본길, 여자 에페 개인전에선 최인정과 송세라가 각각 ‘집안 싸움’을 벌여 금·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윤지수가 금메달을 추가했고,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홍세나가 동메달을 보탰다. 27~29일엔 남녀 에페·플뢰레·사브르의 단체전이 이어진다. 한국은 남녀 사브르와 남자 플뢰레에서 타이틀 방어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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