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독일 경제가 동병상련을 겪고 있다. 닮은꼴 경제구조 때문이다. 한국은 반도체, 독일은 자동차의 산업 집중도가 크다. 특정 산업에 기대 경제가 성장한 만큼 취약점을 노출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또 양국 모두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다. 중국의 경기둔화가 그대로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김경진 기자
한국과 독일은 최근 경제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9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내놨다. 지난 6월 전망 때와 동일하다. 독일은 올해 성장률이 -0.2%를 기록해 역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1.6→2.2%), 일본(1.3→1.8%)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한 것과 대비된다. 고금리 여파로 수출 위주 국가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 이유만으론 설명이 안 된다. 똑같이 수출 위주 경제구조인 일본의 성장률은 올해 25년 만에 한국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김경진 기자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독일의 총부가가치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8%로, G7 평균(14.1%)보다 높고 미국(10.7%), 영국(9.8%)의 2배 수준이다. 자동차 등 제조업 의존도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고금리와 긴축으로 인한 수요 감소는 제조업 제품 구매 여력을 떨어트린다. 또 달러 가격이 오른 만큼 원자재 수입으로 인한 비용 부담도 커지는 구조다.
특히 특정 품목 의존도가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전체 수출액 중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0.6%에 달했다. 부품까지 포함하면 15%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판매 부진이 경기 둔화로 직결되는 구조다. 독일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집중하다 보니 첨단기술은 물론 전기차 산업에서도 뒤처졌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중국 BYD(20.9%), 미국 테슬라(14.4%), 중국 상하이자동차(7.5%) 순이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4위(6.7%)다.

김경진 기자
유럽이 최근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조사에 나선 것도 위기감을 보여준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독일 최대 흑자 품목이었던 자동차가 최대 적자 품목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며 “EU 내 중국 전기차 수입 비중이 5% 정도인데 2030년엔 20%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독일의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점유율마저 밀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제구조가 독일과 흡사한 한국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2021년 27.9%로 독일보다도 높았다. 반도체라는 특정 산업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총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9.4%, 2021년 19.9%에 달했다. 반도체 호황은 무역수지 흑자로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1~8월 반도체 수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 수준으로 줄었다. 월간 수출이 지난해 10월 이후 11개월째 감소하는 건 이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반도체 외에 배터리·바이오 등 앞으로 한국의 수출을 분산해서 책임질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유엔 국제무역통계에 따르면 독일의 지난해 수출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7%로, 전체 국가 중 세 번째로 높았다. 한국은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2.8%에 달했다. 2위인 미국(16.1%)과도 격차가 컸다. 올해 1~8월엔 19.7%로 줄었지만, 수출 다변화가 아닌 중국 경기가 부진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하다 보니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독일 모두 경제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며“중국 말고도 동남아나 중동 등 수출할 수 있는 국가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