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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감 든다" 당내서도 한탄…민낯 드러낸 '이재명의 민주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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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재명 대표가 단식 11일차인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소금으로 버티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표가 단식 11일차인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소금으로 버티고 있다. 뉴스1

“의원총회를 보니 정말 혐오감과 자괴감이 든다.”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급작스레 소집된 심야 의원총회 직후 일부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모여 가진 술자리에서 나온 한탄이라고 한다. 이날 의총에선 서로를 향한 막말이 쏟아졌고, 친명계의 집중포화 속에 비명계 박광온 원내대표가 밤 11시 30분쯤 사퇴했다.

이후에도 강성 지지층과 친명계는 찬성표를 던진 의원 색출 작업을 벌였다. 이에 민주당 의원은 기표소 안에서 촬영한 투표용지를 공개하거나 “부결표를 던졌다”는 자기 고백이 이어졌다. 당 안팎에선 “‘이재명 사당화(私黨化)’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①해당 행위 규정

비명계 원내지도부의 총사퇴 이후 정청래 최고위원이 이끌게 된 최고위원회가 처음 내놓은 입장은 “가결 투표는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해당(害黨) 행위”였다. “비열한 배신행위”라고도 했다. 당내에선 “적반하장”(조응천 의원, 25일 MBC라디오)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왼쪽부터), 정청래, 서영교 최고위원이 지난 22일 오후 녹색병원에서 병상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만나고 나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왼쪽부터), 정청래, 서영교 최고위원이 지난 22일 오후 녹색병원에서 병상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만나고 나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당 행위’라는 규정이 반발에 부딪힌 건 판단 근거가 빈약해서다. 민주당은 투표 전날 의총에서 “(부결을) 당론으로 하지는 않고 각 의원에게 ‘이를 고려해 결정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이소영 원내대변인)고 결론지었다. 헌법 기관인 개별 국회의원의 소신 투표를 존중한다는 취지였다.

박광온 원내지도부가 사퇴한 것 역시 ‘상황 관리가 안이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가결표가 정말 해당 행위라면, 해당 행위자를 찾아서 징계해야지 원내지도부가 사퇴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며 “다들 격앙돼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뱉고 있다”고 했다. 비명계 중진 홍영표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분열을 선동하고 조장하는 행위가 해당 행위”라며 “사법 문제 해소가 애당(愛黨)”이라고 주장했다.

②가결표 색출 불가능

통상 정당에서 ‘해당 행위’라고 규정하면 당헌·당규에 따른 징계 절차가 뒤따른다. 하지만 친명계는 사흘이 지난 25일까지도 당규에 규정된 ‘윤리심판원 조사’ 절차를 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비공개회의에서도 얘기가 나왔다”면서도 “내일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가 있으니 그 결과를 보고 타이밍 봐서 진행할 것”이라고만 했다.

지난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선포 직전 본회의장 뒤에 모여있던 민주당 의원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선포 직전 본회의장 뒤에 모여있던 민주당 의원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강정현 기자

친명계의 공언에도 징계 절차가 개시되지 못하는 건 가결표를 던진 의원을 찾아내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표결이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데다, “나는 부결표를 던졌다”고 말하더라도 그 진위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뭐로 색출을 하냐”며 “저따위 소리를 하니까 윤석열 대통령 입에서 전체주의 소리가 나오는 것”(21일 CBS라디오)이라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25일 “배신자 색출이라는 지상 명령이 떨어진 이후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반국가세력 축출’ 운운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닮았다”고 꼬집었다.

③개딸의 활개

지도부가 정치적 수습책을 내놓지 못한 사이,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소식에 슬퍼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소식에 슬퍼하고 있다. 뉴스1

원외 친명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24일 성명서를 내고 ▶송갑석 의원직 사퇴 ▶김종민·이원욱·조응천·이상민·설훈 의원 징계 등 요구를 쏟아냈다. 유튜브 ‘새날’은 최근 “체포동의안 찬성한 자들은 역사의 죄인이자 배신자”라는 자막과 함께, 지난 7월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에 서명한 의원 31명 명단을 띄웠다. 그러자 이상민·박용진·조응천·윤영찬 등 비명계 의원 지역 사무실엔 ‘의원직 사퇴하고 당장 떠나길 바란다’는 플래카드가 걸리거나 ‘탈당하라’는 피켓을 든 당원이 찾아와 실랑이를 벌였다.

정치권 일각에선 “친명계 지도부가 이런 혼란 상황을 외려 부추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재명 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 다음 날 “민주당의 부족함은 민주당의 주인이 되어 채우고 질책하고 고쳐주십시오”라며 개딸을 독려했다. 이 대표 권한을 대행 중인 정 최고위원도 “입당이 이 대표를 구한다”(25일 페이스북)고 결집을 호소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개딸 전체주의’에 빠져 비정상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딱하다”고 비판했다.

④탄원서 압박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서구 양천구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자 선거사무소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서구 양천구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자 선거사무소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이 대표 구속영장 실질심사(26일)를 앞두고 당력을 총동원해 지지자 탄원서를 모았다. “검찰의 부당한 영장 청구를 법치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가 막아 달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선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영장판사가 하필이면 한동훈 장관의 서울대 법대 92학번 동기”(22일 KBS라디오)라는 가짜뉴스로 논란을 일으켰다. 법무부가 “해당 판사와 한 장관은 대학 동기가 아니고 서로 일면식도 없다”는 보도자료를 냈지만, 이 대표 강성지지층은 26일 서울중앙지법 앞 집회를 예고했다.

최진 경기대 교수는 “민주당 강경파가 개딸 등 우군과 똘똘 뭉치는 것처럼 보여도, 그럴수록 중도층이 떨어져 나가고 반대급부로 강력한 안티 그룹만 형성되고 있다”며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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