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건 의혹을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 때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에 특혜 채용됐던 A씨가 재임용된 뒤 최근에야 임기를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공단 측이 A씨와 관계 있는 변호사에 법률자문을 받은 의혹도 제기됐다.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월 공단 경영기획본부장(임기 3년)에 임명된 A씨는 2021년 재임용된 뒤 지난 7월에야 임기를 마치고 정상 퇴직했다. A씨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의 정책보좌관 출신으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통해 전임자를 강제 사퇴시킨 뒤 임명한 10명의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중 한 명이다. 법원 판결문엔 A씨가 환경부 인사팀 담당자로부터 2018년 환경공단 업무보고 자료를 사전에 따로 전달받아 특혜 채용된 사실이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A씨는 2019년 블랙리스트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며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도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고, 재임용을 통한 연임까지 했다.

김은경 전 장관 혐의별 1심 판결. 중앙포토
문제는 2022년 1월 대법원이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김은경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뒤 불거졌다. 판결 뒤 공단 내부에서 “특혜 채용이 드러난 A씨가 연임까지 한 것은 부당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법원이 특혜 채용 인사로 본 10명 중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현직에 있던 사람은 A씨가 유일하다.
이런 논란이 일자 공단은 A씨를 해임해야 하는지 여부를 외부에 법률자문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자문 대상이 문제였다. 공단은 법률자문을 위해 B변호사를 선임했는데, B변호사가 2022년 2월 처음으로 공단의 자문 변호사로 계약을 맺을 당시 ‘고문 변호사 심의위원회’ 위원장을 A씨가 맡았었기 때문이다. 실제 B변호사는 공단의 법률자문 의뢰 하루 만에 “별개의 채용 절차를 통해 임명(연임)된 경우라 해임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공단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공단 측은 외부변호사로부터 법률자문을 받은 뒤엔 법률자문 평가표를 작성해야 한다는 내부 원칙을 어기고, B변호사에 대한 평가표를 누락하기도 했다.
임이자 의원 측은 A씨와 B변호사뿐 아니라 B변호사와 안병옥 환경공단 이사장(2021년 12월 부임)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고 있다. 안 이사장과 B변호사는 2008년 환경운동연합에서 사무총장과 변호사로 함께 활동한 사이다. 임 의원에 따르면 이들은 4대강 반대 시위와 소송 활동을 하면서 4대강 반대 여론을 주도했다고 한다. 안 이사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환경부 차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B변호사는 수자원공사 비상임이사를 맡았다.
임이자 의원은 “안 이사장이 부임한 뒤 B변호사는 고문 변호사가 됐다”며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 특혜 채용 당사자의 부당한 채용 과정이 법원에서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5년의 임기를 마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A씨가 채용된 뒤 퇴직까지 55개월간 환경공단으로부터 받은 보수는 4억8153만원, 사용한 법인카드는 4747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환경공단 측은 이에 대해 “B변호사가 해당 법률자문을 맡게 된 것은 다른 자문기관과의 순번에 따른 우연의 일치”라며 “내부 규정상 본래 기획본부장이 외부 법률자문 심의위원장을 맡게 돼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