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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선영의 마켓 나우

한국의 특수 문제, 부동산과 가계부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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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박선영 동국대 교수·경제학

박선영 동국대 교수·경제학

전 세계적으로 거주 주택은 소득과 대출을 통해 구매한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낮고, 정부는 가계대출 증가를 우려한다. 따라서 집 살 돈 확보가 어렵다. 공급과 수요의 변화로 국지적인 주택가격 상승은 있겠지만, 전반적인 상승 압력은 점차 떨어질 것이다. 10억 아파트가 20억까지 폭등할 일은 없다. 현 기준금리를 유지한다는 미국과 한국의 중앙은행의 신호를 읽으면 더욱 그렇다.

부동산이 우선적인 관심사인 이유가 있다. 첫째, 수도권은 한국의 인구와 경제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고의 과밀 지역이다. 양호한 수도권 주택은 항상 공급이 부족한 국내 최고 우량자산이다. 주식보다 위험이 낮고, 수익률은 월등하며, 레버리지를 활용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마켓 나우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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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상승하면 개인은 보통 잉여저축을 주식과 부동산에 나누어 투자하지만,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와 선호도가 높지 않다. 개선이 있었지만, 분할상장과 저배당같이 주주 이익을 무시하는 관행도 여전하다. 부동산 시장에서 ‘전 국민이 빚내서 참여하는 주식시장화’가 진행됐다. 한국 가계의 평균 비금융자산 비중은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64%다. 미국은 29%, 영국은 46%, 일본은 37%다.

셋째, 과거 모든 정부는 정치 성향과 경기 상황에 따라 부동산 정책을 끝없이 변경했다. 정책적 일관성의 상실로 이제 아무도 정부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부동산 규제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예상하며, 최적의 부동산 투자 기회를 탐색한다. 해외 투자자들이 상장 기업의 실적과 산업전망을 분석하듯이, 우리는 청약제도·실거주의무·세제·임대사업자제도·재건축가능성·대출가능성 등을 연구한다. 미흡한 사회보장제도 때문에 노후생계 불확실성이 높고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한번 방출되면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우리 사회경제구조에서는 매우 합리적인 개인 선택이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제한적이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으로 소득 5분위(소득 상위 20%)의 대출잔액점유율이 53%에 달한다. 이들이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부채가 없는 가구’ 대비 ‘부채가 있는 가구’의 순자산 증가폭이 더 컸다. 소득 격차에 따른 대출 접근성이 자산 격차를 심화해 사회 불안정성을 키웠다.

세계 최고의 가계부채 비중을 배경으로 우리는 ‘IMF사태급 경제위기’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거나 ‘가계 소비 제약으로 인한 경제 성장 저해’와 같은 논의를 펼친다. 이제는 사회구조적 모순을 읽어낼 때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