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 빼기가 가장 어렵다?…'비만 명의'의 대답은 "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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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교수

 비만 명의인 오상우 교수는 “팔·다리는 가는데 허리둘레가 남자 90㎝, 여자 85㎝ 이상인 복부비만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비만 명의인 오상우 교수는 “팔·다리는 가는데 허리둘레가 남자 90㎝, 여자 85㎝ 이상인 복부비만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닥터 후(Dr. Who)

현대인은 거미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같은 수퍼 히어로의 민첩성은 없습니다. 팔다리는 가늘고 배만 볼록 나온 ‘거미형 비만 인간’이 책상과 소파에서 꼼지락 댈 뿐입니다. 근육 없이 체중만 느니 무릎·허리 곳곳에 2차 가해가 발생합니다. 단시간에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근육만 빠질 뿐입니다. 윗배-상체지방-아랫배 순으로 내장지방을 빼는 법은 뭘까요?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백발의 비만 명의’이다. 30년 가까이 비만 환자를 진료하고 연구해 왔다. 각종 지상파 방송의 단골이다. 최근엔 EBS의 ‘귀하신 몸’ 1, 2편에서 마른 비만 해결사로 활약했다. 오 교수는 잘못된 정보, 상업적 정보를 극도로 경계한다. 잘못된 다이어트,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송곳처럼 파고든다. 그는 체질량지수(BMI,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비만보다 복부비만의 위험성을 중시한다.

복부비만이 뭔가.
“키와 상관없이 허리둘레를 따진다. 남자는 90㎝(35.4인치), 여자 85㎝(33.5인치) 이상을 말한다. 앉아서 컴퓨터 작업을 오래 하고 운동은 잘 하지 않으면서 저녁에는 술을 즐기면 배가 볼록하고 팔다리가 가는 거미형 비만이 된다.”
그게 위험한가.
“내장지방은 매우 위험하다. 팔다리 지방보다 나쁘다. 뱃속 지방은 내장과 장기 사이에 층층이 자리 잡고 있다. 이게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뇌졸중·녹내장을 야기한다. 심근경색도 야기한다. 신장·갑상샘·전립샘·유방·대장 등의 암 발병과 밀접하다. 피하지방도 위치에 따라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목 주변에 지방이 쌓이면 심한 코골이가 돼 깊은 잠을 못 자고 수면무호흡증이 돼 급사의 원인이 된다.”
비만은 유전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순수하게 단일 유전자에 의해 생기는 비만은 5% 미만이다. 다만 부모가 비만이면 자식도 비만일 확률이 40~70% 정도로 보면 된다. 다양한 유전자가 주변 환경, 생활습관, 식습관과 연관돼 나타난다. 이런 습관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
오 교수는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다이어트를 “권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탄수화물을 줄이면 단기간에 살이 빠지는 건 맞다. 그러나 몇 달 못 간다. 에너지가 있어야 뇌와 심장이 돌아간다. 포도당이 공급되지 않으면 뇌에 문제가 생긴다. 또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면 근육 소실로 이어진다. 근육이 줄어 기초대사량이 부족하면 나중에 요요현상이 생긴다. 장수나 뇌 건강을 위해서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뱃살 빼기가 가장 어렵다는데.
“거짓말이다. 잘못된 다이어트를 해서 그렇다. 제대로 다어이트하면 뱃살부터 빠진다. 얼굴부터 빠지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근육이 빠진 것이다. 제대로 하면 내장지방이 빠지고 뱃살도 빠진다. 윗배-상체 지방-아랫배 순으로 빠진다.”
오 교수는 저소득층의 비만 치료에도 관심이 많다.
“저소득층 고도비만 환자 중에는 우울증·불안증 등을 앓는 경우가 더러 있다. 저소득일수록 고도 비만, 초고도 비만이 많다. 이들이 비만약이 절실한 사람인데, 월 40만원, 100만원짜리 약을 먹을 수 있을까. 저소득층 비만인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더 힘들다. 열심히 치료를 받아서 어느 정도 살을 뺀 여성이 어렵게 카페 인턴 자리를 구했다고 환하게 웃으며 진료실을 찾은 적이 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응급실에 실려 와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주인이 ‘손님이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나오지 말라’고 했다더라.”
청소년 중 거식증·폭식증이 적지 않다.
“이런 아이들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심하면 우울·불안·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이 생기고, 근육 소실 증세가 나타난다. 20~40대에 당뇨병·심혈관질환·고지혈증·고혈압으로 이어진다. 아이가 며칠 안 먹다가 폭식하면 그걸 병이라고 알아차리고 정신건강의학과로 데려가야 한다. 건강하게 먹는 법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다. 보건교사나 영양 교사가 안 한다. 습식 장애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고위험군을 가려내 진료실로 이끌어야 한다. 학교가 나서야 한다.”
갱년기 여성은 어떻게 비만관리 하나.
“에스트로젠(여성호르몬)이 줄면 내장지방이 쌓이고, 당뇨병·고지혈증·대사증후군으로 뱃살이 나온다. 살이 확 찌는 시기다. 식욕이 많이 증가하고 스트레스나 우울증세가 비만을 악화시킨다. 운동이 더 필요하고, 식사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 호르몬 치료는 논란이 있다.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 갱년기 장애가 매우 심하고 우울증세가 엄청 심한 경우는 호르몬 치료를 고려해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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