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입당 환영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출신 조광한 전 경기 남양주시장, 문재인 정부 당시 국세청장과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을 지낸 김현준 전 사장,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경찰청 자치경찰 차장과 제주경찰청장을 지낸 고기철 전 청장, 박영춘 전 SK그룹 수펙스(SUPEX) 추구협의회 부사장, 보수 성향 정치 유튜버이자 KBS 공채 개그맨 출신인 김영민. 강정현 기자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일대에는 “첫 인사 드립니다. 풍성한 추석 보내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내년 4·10 총선에서 마포갑 출마를 노리는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의 이름, 얼굴 사진과 함께였다. 이보다 이틀 전인 지난 21일 국민의힘은 조정훈 의원이 이끄는 시대전환과 합당 서약식을 가졌다. 그보다 이틀 전인 지난 19일엔 조 의원이 마포갑에 사무실을 차리고 이곳에서의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합당에 앞서 조 의원은 시대전환 당명을 적시한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라는 현수막을 마포갑 지역에 게시했는데, 조 의원의 현수막 아래 또는 위에는 같은 지역에서 출마를 노리는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의 현수막이 동시에 걸려 있었다.
총선이 200일도 채 남지 않으면서 여권에선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마포갑처럼 현재 현역은 더불어민주당(노웅래 의원) 의원이지만 유권자 성향이 국민의힘에 불리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지역에 여러 도전자가 몰리는 것이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으로 가기 전까지 이곳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강승규 수석이 총선 때 충남 홍성·예산 출마를 고심하다 최근 유턴을 고려한다는 소문까지 더해지면서 마포갑은 여권 내부 분열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끼리의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용호 의원은 지난 19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정훈 의원을 겨냥해 “본인이 정치적으로 편안한 지역구를 찾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직격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앞으로 마포갑처럼 내부 경쟁이 가열되는 지역은 늘어날 전망이다. 총선 인재 영입을 담당하고 있는 김기현 대표가 적극적인 인재 영입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일 문재인 정부 때 각각 임명된 김현준 전 국세청장과 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갈등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조광한 전 경기도 남양주시장, 박영춘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 KBS 공채 개그맨 출신의 김영민 유튜버 등 5명의 입당 환영식을 개최했다. 이튿날 시대전환과의 합당 서약식에서 김기현 대표는 “많은 유능한 인재들이 우리 당에 뿌리내리고 함께 협력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신호탄이 올려졌다고 생각한다”며 “연대와 포용의 의지가 국민께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더 힘을 합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외연 확장을 위한 이같은 노력이 필연적으로 내부의 불만을 함께 불러온다는 점이다. 실제 조정훈 의원과 김현준 전 청장 등의 영입 소식이 알려진 지난 20일 열린 국민의힘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부터 불만은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극히 일부의 주장이다”라면서도 “‘문재인 정부 당시 인사들을 왜 영입하느냐’ 등의 반발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지도부 입장에선 외부 인사를 물색하는 것에 더해 기존 의원 및 당협위원장의 불만을 잠재우는 것도 숙제가 된 셈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윤재옥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곰달래 문화복지센터에서 열린 동행 서약식에서 국민의힘에 합류한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운데)와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뉴시스
영입 인사들이 출마 의사를 밝힌 곳에서는 벌써부터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박영춘 전 부사장은 노용호 의원이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고, 허영 민주당 의원이 현역인 강원도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을 출마 예정지로 시사했다. 노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정한 경선 과정이 담보되면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지역 정가에선 벌써부터 두 사람의 경쟁을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인 춘천·철원·화천·양구을엔 언론인 출신의 이민찬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에 이어 지난달 입당한 허인구 G1방송 전 사장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민의힘의 당내 갈등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용산 차출설’이 현실화될 경우 여권의 핵심 지지층이 몰린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현역 의원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경선을 치르면 되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