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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전달책" 강래구·박용수·윤관석 돌변케 한 '정당법 50조 2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혐의를 부인하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들이 법원에서 줄줄이 입장을 뒤집고 있다. 돈 봉투 조성과 살포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과정에서 이들의 화살표는 결국 윗선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하는 모양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직선거법 등 위반 혐의 고발장 제출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공직선거법 등 위반 혐의 고발장 제출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검찰의 돈 봉투 의혹 사건 수사 후 지난 5월 가장 먼저 구속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감사는 지난 19일 “형사적 책임은 송 전 대표가 져야 한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2대 회장을 지낸 강 전 감사는 송 전 대표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송 전 대표의 2019년 당 대표 경선에서는 조직 총괄을, 2021년 경선에서는 돈 봉투 조성 역할을 맡은 핵심 측근이다. 검찰은 강 전 감사가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돈을 조달해 윤관석 무소속 의원에게 전달했고, 윤 의원이 이를 현역 의원들에게 배분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강 전 감사 측의 변호인은 같은 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강 전 감사는)송영길 경선캠프에서 조직본부를 실질적으로 총괄하지 않았고, 점차 강 전 감사의 비중이 줄고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주도했다”며 이정근 씨와 송 전 대표에게 책임을 돌렸다. 강 전 감사 측은 지난달 첫 공판에서도 “(이 전 부총장에게)지역 본부장 등을 챙겨야 한다는 말은 했지만, 관여하지도 않고 주지도 않은 금품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지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선거 캠프의 자금관리 총책으로 지목된 박용수 전 보좌관은 자금 조성에 관여한 강 전 감사와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보좌관 측은 지난 12일 열린 재판에서 송 전 대표의 당 대표 당선을 위해 사업가 김씨로부터 선거자금 5000만원을 수수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강 전 감사와 공모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돈 전달 과정에 관여한 점은 인정했지만 자금 조성과 돈 봉투 살포 지시 등 적극적인 행위는 하지 않았다며 강 전 감사에게 책임을 돌렸다.

윤 의원도 혐의를 부인하던 검찰 조사 때와 달리 법정에서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돈 봉투를 받아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윤 의원 측은 지난 18일 재판에서 “이정근 전 부총장 등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돈 봉투 10개씩 총 20개를 전달받은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대신 검찰이 주장해온 300만원이 든 돈 봉투가 아니라 100만원이 든 봉투를 수수, 총 2000만원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돈 봉투 마련을 지시하고 주도했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해서는 “협의한 것이지 지시·권유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돈 봉투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들이 ‘전달책’을 자처하며 책임을 떠넘기는 배경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정당법 50조 2항을 피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당법상 당 대표 경선에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벌금(50조 1항)에 처하지만 지시·권유·요구할 경우 형량이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50조 2항)으로 높아진다. 강래구·박용수·윤관석 모두 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만큼 돈 봉투 살포를 주도했다는 지시·권유 혐의는 최대한 떠넘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 의원 측 변호인은 향후 변론 방향에 대해 “잘못한 것은 반성하고 억울한 부분은 다투겠다”라고 말했다.

핵심 피의자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송 전 대표가 짊어져야 할 책임은 상대적으로 커졌다. 송 전 대표는 지난 4월 돈 봉투 의혹이 처음 보도된 뒤 “후보가 그런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가 어려웠던 사정을 말씀드린다”라며 돈 봉투 살포를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당내 경선이라도 돈으로 표를 매수한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사안”이라며 “돈 봉투 살포에 따른 최종 수혜자가 송 전 대표라는 것이 더욱 명료해졌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검찰 인사이동과 추석 연휴 이후 송 전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 일정을 조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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