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기 성기 안 생길 수 있다…탈모약, 임산부 이 행동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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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배모(30·남)씨는 6년간 경구용 탈모 치료제를 복용했다. 병원에서 남성형 탈모로 진단받은 후부터 매일 빠짐없이 약을 챙겼다. 비교적 탈모 초기에 치료를 시작해 외형적 변화는 심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복용 기간이 늘어날수록 배씨의 남모를 근심은 커졌다. 성(性) 기능 저하와 무기력, 우울감 등 탈모 치료제를 따라다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배씨는 “결혼과 임신을 계획 중이어서 탈모 약을 끊어야 할지 말지 고민이다”며 “약을 이대로 계속 먹어도 괜찮은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탈모는 누구나 피하고 싶은 질환이다. 생명에 지장을 주진 않지만, 눈에 띄는 외형적 변화로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서적인 문제를 유발한다. 탈모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다. 문제는 정확한 정보를 알고 탈모 치료를 이어가는 환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탈모 약에 따른 부작용과 이상 반응을 과하게 우려해 치료의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잖다. 그래서인지 탈모 치료제는 논란의 온상이 되기 일쑤다.

가족력 있다면 탈모 속도 더 빨라

탈모 치료제를 둘러싼 오해는 다양하다. 첫째는 성 기능 저하다. 경구용 탈모 치료제 복용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다. 많은 환자가 탈모 약을 복용하기 전 발기부전과 같은 성 기능 장애가 발생할 것을 염려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지나친 우려다. 국내 탈모 유형의 대부분은 남성형 탈모다. 앞머리와 정수리 부위에서 탈모가 진행되고 모발이 가늘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남성형 탈모의 대표적인 치료법은 약물치료다. 경구약제인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이하 성분명)가 널리 활용되고 있고, 국소도포제로는 미녹시딜이 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피부과 최유성 교수는 “경구약제는 남성호르몬에 대한 활성 효소(5알파 환원효소) 작용을 차단해 탈모를 유발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의 형성을 억제하는 약”이라며 “성 기능을 담당하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바뀌는 것을 막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치료 원리를 보면 남성형 탈모 치료제는 오히려 성 기능이 좋아질 수 있는 약이다. 실제로 탈모 치료제를 복용했을 때 혈액검사를 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상승하고 DHT 수치는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는 성 기능 관련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1~2% 정도로 부작용 발생 빈도가 낮을뿐더러 이상 증상이 생기더라도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최 교수는 “부작용이 나타났을 땐 약 복용을 중단하면 증상도 사라진다”며 “부작용이 없는 약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상 증상을 과도하게 염려하는 자세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성 기능 장애는 약에 대한 부작용보다 심리적 요인에 기인한 경우가 더 많다. 일명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다. 약이 해롭다고 생각해 환자가 의심을 하면서 약효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현상이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조현 교수는 “약에 따른 부작용보다 심리적 위축감과 우울감 등 탈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정서적인 문제가 일상생활에 더 큰 지장을 줄 수 있다”며 “탈모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산부, 쪼개진 약 만져도 위험    

둘째는 가임력이다. 자녀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남성이라면 흔히 탈모 치료제 복용 여부를 두고 고심한다. 탈모 약이 임신과 출산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조 교수는 “현재까지 남성이 복용한 탈모 치료제가 난임과 기형아를 유발한다는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며 “남성이 탈모 약을 먹고 있더라도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임기 여성이라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임산부나 가임기 여성이 남성형 탈모 치료제를 복용하면 태아의 생식기 발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여성 아이일 땐 상관없지만, 남성 아이일 경우 성기 형성이 안 될 수 있다. 특히 임산부는 쪼개진 탈모 약을 만지기만 해도 위험하다. 피부를 통해 약 성분이 흡수될 수 있어서다. 최 교수는 “표면에 코팅이 돼 있는 약은 문제 되지 않는다”며 “한번 접촉했다고 해서 성분이 바로 흡수되긴 어렵지만, 가임기 여성이 굳이 남성형 탈모 치료제를 손으로 만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셋째는 복용법이다. 성분이 다른 두 가지 약을 교차 복용하면 치료 효과가 더 뛰어날 것이란 오해다. 그러나 이는 입증되지 않은 속설에 불과하다. 최 교수는 “경구제인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모두 테스토스테론의 DHT 전환을 막는 작용으로 탈모를 치료한다”며 “두 가지 성분을 함께 복용했을 때 효과가 더 좋다는 근거는 없는 상태다”고 설명했다. 간혹 약값을 절감하기 위해 탈모 치료제와 유효 성분이 동일한 전립선비대증 약을 쪼개서 먹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치료 용량을 정확하게 맞추기 어려워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탈모는 진행성 질환이다. 가족력이 있다면 진행 속도가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치료의 핵심은 ‘정확한 진단’이다. 자의적인 판단으로 치료를 미루거나 약 복용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당장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약 복용량을 바꿔선 안 된다. 특히 경구제 복용을 중단하면 탈모 억제 효과가 사라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탈모 약을 끊고 수개월이 지나면 약 복용 전 상태로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한다. 최 교수는 “탈모를 방치하다 뒤늦게 병원을 찾는 환자가 대부분”이라며 “예방 차원에서 약을 미리 먹을 필요는 없지만, 탈모 초기부턴 약을 지속해서 복용하는 게 좋다. 환자마다 탈모의 유형과 진행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거쳐 적정량을 올바르게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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