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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홍 거세진 민주당, 리더십 쇄신만이 해법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58호 30면

원내지도부 총사퇴에 이재명 “굽힘없이 정진”

정통 민주 야당 지도자의 면모 찾기 힘들어

공천 노린 ‘충성 경쟁’ 시간 끌면 총선 공멸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광온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가 총사퇴한 반면 친명계 위주인 당 최고위원회는 “이 대표를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며 가결 투표 의원들을 색출하겠다고 나섰다. 비명계 의원들의 실명과 함께 살인 예고 글까지 등장하는 등 내홍이 거센 가운데 이 대표는 어제 입장문을 냈다. “검사독재 정권의 폭주와 퇴행을 막고 민생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국민을 믿고 굽힘 없이 정진하겠다”고 해 대표직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그는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오는 2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경우 이 대표는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동안 이 대표는 검찰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며 무죄를 주장해 왔지만, 구속될 경우 당 대표직에 눌러앉을 명분이 사라진다. 구속되더라도 이 대표가 옥중에서 당 대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당내 일각의 주장은 명분도, 염치도 없는 어불성설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에도 이 대표의 리더십은 제1야당인 민주당을 이끌기엔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는 선거 패배 이후 곧바로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한 데 이어 당 대표 자리까지 거머쥐었다. 과거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패할 경우 정치 일선과 거리를 두며 성찰의 시간을 가져온 것과 딴판이었다. 대선 경쟁자가 곧바로 야당 대표로 등장하면 집권 후 새 정부를 꾸려가야 하는 대통령에게도 큰 부담 요소일 수밖에 없다. 대선 이후 우리 정치에서 타협이 사라지고 대립과 갈등만 남게 된 데에는 여권의 협치 의지 부족도 원인이겠지만, 이 대표가 민주당 전면에 나선 것이 핵심 요인이었다.

이 대표가 대장동을 비롯해 민주당과 관계없는 각종 비리 의혹으로 장기간 수사를 받으면서 민주당은 당 전체가 사법 리스크의 늪에 빠져들었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이 대표에게서 유구한 민주화 전통을 지닌 정당의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등 과거 민주당 지도자들이 담대한 원칙과 자기 희생에 바탕한 결단의 리더십을 선보였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이번 체포동의안 정국에서 이 대표가 막판 부결 요청으로 단식의 진정성마저 스스로 훼손해버린 처사가 대표적이다.

그런데도 친명계 의원들은 내년 총선 공천에서 기득권을 지키려고 이 대표 사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의 외면은 물론이고 당 전체의 공멸을 걱정하게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민주당은 보수 정당에 패하더라도 정통 야당이자 민주화 세력으로서 국민의 인정을 받아왔다. 상대적으로 보수 정당에 비해 좀 더 공정, 정의롭지 않느냐는 평가가 큰 자산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 체제 이후 민주당은 정의와 공정을 주장하기 어려운 처지로 전락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정체인데도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데에서 보듯 당 리더십의 혁신이 없을 경우 유권자의 차가운 외면을 받을 공산이 크다.

검찰 소환 조사는 물론이고 여러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이 대표가 당을 볼모로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은 여야 간 대화에도 걸림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1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는 데에는 이 대표가 ‘피의자’인 것도 큰 이유다. 이 대표의 권력 탐욕이 정국 블랙홀의 근원이었다. 친명계 의원들은 공천을 위해 이재명 대표에의 ‘자발적 노예’가 되려는 사심을 버리고 정통 야당의 리더십을 새로 세우려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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