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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참석하지 않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G20 불참은 2013년 취임 후 처음이다. 올해 해외 순방도 부쩍 줄었다. 3월 러시아 방문,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릭스 회담 참석이 전부였다.
이례적 현상에 중국이 서구와 단절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2023년 G20 회담은 시진핑식 네이쥐안(內卷) 원년”이라는 논평이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나왔다. 중국 사회의 병리를 꼬집던 ‘네이쥐안’이 외교로 범주를 넓힌 것이다. 네이쥐안은 영어 인볼루션(Involution)의 번역이다. 안을 뜻하는 접두어 ‘In’과 ‘둘둘 말다·돌리다’는 라틴어 어근 ‘Volve’로 이뤄진 단어를 직역했다.
네이쥐안(인볼루션) 개념은 어근을 공유하는 파생어를 살피면 이해가 쉽다. 에볼루션(Evolution), 레볼루션(Revolution)이 비슷한 단어다. 바깥을 뜻하는 ‘E(out)’가 붙으면 발전하며 변화하는 진화, 방향을 바꾸는 접두어 ‘Re’를 붙이면 체제를 거꾸로 돌리는 혁명이 된다. 반면 인볼루션은 정체되고 안으로 침잠하는 상태를 통칭한다. 학계에서는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가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농경 사회를 연구하며 활용했다. 정치적 변화 없이 사회만 복잡해지는 현상을 ‘인볼루션’으로 묘사했다. 인도계 석학 프레신짓트 두아라가 20세기 전반 중국 만주지역 농촌의 국가와 사회, 문화 현상을 ‘인볼루션’ 개념으로 설명했다.
중국에서 네이쥐안은 개인과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무의미한 경쟁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현상을 말하는 용어로 쓰인다. 과도한 대학입시 경쟁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가 잠시 주춤했던 2020년 후반 닭장식 선행교육, 명문 학군의 집값 광풍 등 교육의 네이쥐안화(內卷化) 현상을 지적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중국 젊은이는 평평히 눕는 ‘탕핑(躺平)’으로 대응했다. 누운 풀은 베지 못한다면서다. 내 집 마련·자동차·결혼·육아·소비를 포기하는 중국판 ‘N포 세대’ 현상이다. 놀란 중국 당국은 공교육과 사교육 부담을 모두 줄여주겠다며 ‘솽젠(雙減·이중 경감)’ 정책을 펼쳤다. 2년이 지났다. 고학력 실업과 과외 암시장을 키웠다는 푸념이 나온다.
네이쥐안이 대변하는 MZ 세대의 애환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라 문을 닫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구심력을 이기고 혁신의 원심력을 키워낼 비전의 정치가 해법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