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국무총리는 오는 23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다. 개막식 참석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오는 23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별도의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약 10개월 만에 양국 최고위급 대면 소통의 자리다.
양국은 회담 개최에 합의한 이후 구체적인 회담 장소와 시간 등을 막판 조율중이다. 지난 6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등으로 양국 관계가 냉각된 이후 정상급은 물론 실무 차원의 협의조차 삐걱거렸는데, 다시 고위급 교류의 물꼬가 트인다는 의미가 있다.
한·중·일 정상 4년 만에 모이나

2019년 중국 청두 국제회의센터에서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또 중국은 2019년 12월을 끝으로 열리지 않았던 한·일·중 정상회의 연내 개최에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엔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화 통화를 갖고 양국 외교장관이 셔틀 외교 차원의 상호 방문을 추진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오는 26일엔 서울에서 정상회의 개최 논의를 위한 3국 고위급 회의(SOM)가 열린다.
시 주석이 한 총리와 회담하는 대외적 명분은 아시안게임 호스트 국가의 정상으로서 한국 정부를 대표해 개막식에 참석한 고위급 인사와의 상견례다. 다만 실제 회담에서는 3국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양측의 긍정적 입장을 재확인하고, 지난 6년간 열리지 않은 상대국 방문을 통한 한·중 정상회담 개최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한·중·일 징검다리 삼아 한·중 정상회담 무르익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7월 한국을 방문한 이후 지난 9년간 방한하지 않았다. 사진은 2014년 시 주석의 방한 당시 한중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 청와대사진기자단
다자회의 계기가 아닌 한·중 정상의 상대국 방문을 통한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당시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별도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한 게 마지막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2017년 12월에도 방중해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반면 시 주석은 2014년 7월 방한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9년간 한 차례도 한국을 찾지 않았다.
정부는 한·일·중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자연스럽게 한·중 정상회담 논의가 무르익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례를 감안했을 때 3국 정상회의엔 시 주석이 아닌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3국 정상회의를 마치고 내년에 시 주석이 방한한다면 10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1일 채널A 뉴스에 출연해 지난해 11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시 주석이 윤 대통령에게 ‘코로나 상황이 좀 안정되고 나면 기꺼이 한국에 가겠다’고 말한 점을 강조하며 “외교적으로 풀어 (시 주석의 방한을) 성사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 주석 방한을) 기대하셔도 괜찮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방중 vs 방한…상호 초청하며 기싸움
한·중 모두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에 대해선 의견이 일치하지만, 의전상의 문제가 남아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해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한 만큼 이번엔 시 주석이 답방 차원에서 방한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게 국내의 대체적 시각이다. 하지만 중국 측에선 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새로 취임한 만큼 한국 대통령이 관례적으로 그랬듯 윤 대통령이 먼저 중국을 방문해야 한다고 보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 당시 별도의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실제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상호 편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방중을 초청한 시 주석의 메시지에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정재호 주중한국대사를 통해 재차 중국 측에 “연내 시 주석의 방한을 기대한다”고 응답했다. 한·중 양국이 서로 먼저 자국에 오라고 상대국 정상을 초청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대통령실에선 일단 시 주석의 방한을 1순위로 추진하되 한·중 협력의 시급성을 감안할 때 윤 대통령이 방중 역시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특히 최고지도자의 의견과 말 한마디가 행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국 통치 체제의 특성상 최대한 빨리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해 협력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