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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사상 넘나들며 접한 건 '콤비네이션 피자'...선택은 당신 몫[BOOK]

중앙일보

입력

결국, 잘 흘러갈 겁니다

결국, 잘 흘러갈 겁니다

결국, 잘 흘러갈 겁니다 
백성호 지음
중앙북스

한국전쟁 중 얼어붙은 남한강을 건너는 국군의 행렬. 책의 한 장면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거기에 우리가 아는 고(故) 정진석 추기경이 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다니다 징집된 학생이었다. 발밑의 얼음이 깨졌고 부대원들이 물에 빠졌다. 정 추기경의 바로 뒤부터였다. 앞뒤 양옆에서 수많은 죽음을 보고 수도가 시작됐다.

저자는 정 추기경을 인터뷰하며 그 뒤의 큰 십자가를 봤다고 했다. “나의 생명이 내 것이 아니다”라 고백하는 추기경의 뒤편이었다. 천 년 살듯이 사는데 백 년도 못사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삶에는 끝이 있으니 시간이 다 가기 전에 의미를 찾아야 하지 않겠냐고.

정진석 추기경. [사진 중앙포토]

정진석 추기경. [사진 중앙포토]

그 의미를 찾도록 격려하는 책이다. 종교와 사상을 넘나들며 수도자들이 생각했던 길을 짚어본다. 고등학생이던 법륜 스님의 장면도 있다. 그는 도문 스님이 던진 “어디에서 왔느냐” “어디로 가느냐”라는 릴레이 질문에 “학교요” “집이요”를 반복하다 존재에 대한 성찰을 시작했다. 저자가 고수 17명에게 행복에 대해 질문했던 경험도 전한다. 심리학자, 천체 물리학자, 미학자, 생물학자 등의 답에서 저자는 공통 분모를 찾았다. ‘콤비네이션 피자’다. 고통의 조각과 행복의 파편이 섞여 있는데 무얼 골라 먹을지는 내 선택이라는 거다. 언젠가 올 행복을 기다리는 대신 이미 있는 그 조각을 집어 드는 일이 시작이다.

법륜 스님. [사진 중앙포토]

법륜 스님. [사진 중앙포토]

대체로 응원이지만 따끔한 문장들이 곳곳에 있다. 한국에 유학 온 이슬람 학생의 강연에서는 내 믿음만 절대적이라 보는 우리의 오류를 만난다. 기도에 내 소원을 욱여넣지 말고 하나님의 뜻부터 물으라는 이재철 목사의 전언도 아프다. 자신을 버려야 실패도 받아들일 수 있다. 저자는 이 자유로운 상태를 그물 사이로 부드럽게 빠져나가는 바람의 이미지로 그려낸다. 이런 모든 이야기가 쉽게 출발한다. ‘물질이 많으면 행복할까’ ‘자녀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 같은 질문을 실마리 삼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에 연재한 내용이 바탕이다. 저자의 관련 연재는 더중앙플러스에서 계속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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