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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신공항 '산 넘어 산'…이번엔 화물터미널 위치 놓고 '대구-의성' 설전

중앙일보

입력

대구경북신공항 화물터미널 군위 배치에 반발한 의성군 비안면 이주지역대책위원회와 신공항 편입 지역주민 150여명이 22일 오전 경북도청에서 항의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의성군

대구경북신공항 화물터미널 군위 배치에 반발한 의성군 비안면 이주지역대책위원회와 신공항 편입 지역주민 150여명이 22일 오전 경북도청에서 항의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의성군

“서로 문서로 합의했는데 이제 와서 재검토를 요구하면 신공항 사업을 하지 말자는 얘기.” (홍준표 대구시장)

“합의문에 명시된 ‘항공물류’를 이행하기 위한 화물터미널을 배치하라는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것.” (의성군통합신공항이전지원위원회)

22일 경북 안동시 도청 앞. ‘공항이전결사반대’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150여 명이 도로를 줄지어 행진하고 있었다. 이들은 “화물터미널 등 좋은 것은 다 뺏기고 소음만 떠안는 신공항 의성 이전을 반대한다”며 행진을 이어갔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민간공항 조감도. 사진 국토교통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민간공항 조감도. 사진 국토교통부

이들은 경북 의성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하 TK신공항)의 화물터미널을 의성군에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러 올라온 의성 주민들이었다. TK신공항은 경북 의성군과 대구 군위군 두 행정구역에 걸쳐 건설될 예정인데, 화물터미널이 군위군에 건설된다는 계획이 최근 공개되면서 의성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제 순탄하게 흐르나 했는데…또 등장한 복병

TK신공항 이전 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최종 후보지 선정이나 군위군의 대구 편입, TK신공항 특별법 통과 등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 사업 자체가 여러 차례 무산될 뻔했다. 큰 고비를 몇 차례 넘기고 이제 순탄하게 흘러갈 것으로 예상했던 TK신공항 이전 사업이 이번에는 화물터미널 위치 선정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새로운 복병이 되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지난달 24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대구 민간공항 이전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다. 이 용역 결과에는 약 1만㎡ 규모의 TK신공항 화물터미널을 의성이 아닌 군위에 배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31일 경북 의성군 비안면 비안만세센터에서 대구 군공항 이전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 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주민이 관계 당국에 항의하고 있다. 주민은 이날 "화물터미널을 의성군이 아닌 군위군에 배치할 경우 신공항 이전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경북 의성군 비안면 비안만세센터에서 대구 군공항 이전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 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주민이 관계 당국에 항의하고 있다. 주민은 이날 "화물터미널을 의성군이 아닌 군위군에 배치할 경우 신공항 이전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연합뉴스

당연히 화물터미널이 의성에 들어설 것이라고 생각했던 의성군민들은 이런 결과가 나오자 크게 반발했다. 실제 2020년 8월 25일 대구시와 경북도가 채택한 공동합의문에는 ‘항공물류·항공정비산업단지 및 관련 산업·물류 종사자 주거단지를 의성군에 조성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던 까닭이다.

대구시 “항공물류시설 의성에, 터미널 군위에”

논란이 거세지자 대구시는 지난 5일 입장문을 내고 “화물터미널을 제외한 모든 연관 항공물류시설은 의성군 지역에 집중하고, 의성 신공항물류단지는 TK신공항의 화물을 처리하는 중심 허브기능을 수행하며 로봇·IT 기술 활용 등 최첨단 스마트 구역으로 조성한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화물터미널을 군위에 배치한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의성 지역 시민단체인 의성군통합신공항이전지원위원회(이하 지원위)는 이에 대해 “대구시가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지원위는 “대구시 발표는 의성군민을 우롱하며 현혹시키는 현실성 없는 사탕발림식 언론 플레이”라며 “의성군민들은 화물터미널이 의성군에 배치되지 않으면 공항이전에 강력히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7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 공항추진이전위원회 사무실에서 '의성군 통합신공항 이전지원위원회'와 18개 읍면 이장협의회 회장들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일 대구시의 입장문과 관련해 "의성군민과의 약속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주민을 현혹하기 위한 눈속임"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오전 경북 의성군 의성읍 공항추진이전위원회 사무실에서 '의성군 통합신공항 이전지원위원회'와 18개 읍면 이장협의회 회장들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일 대구시의 입장문과 관련해 "의성군민과의 약속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주민을 현혹하기 위한 눈속임"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과 21일에도 한 차례 공방이 있었다. 대구시는 지난 20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2020년 7월 대구시와 경북도가 작성한 공동합의문을 근거로 들면서 “‘민간공항 터미널, 공항진입로, 군 영외관사는 군위군에 배치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의성군이 2020년 8월 합의문의 ‘항공물류단지’에 화물터미널이 포함돼 있다고 보았지만 대구시는 7월 합의문에 나오는 ‘민간공항 터미널’에 화물터미널이 들어가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의성군 “화물터미널만 바라봤는데…합의 위반”

다음날인 21일 의성군은 입장문을 내고 “대승적 차원에서 항공산업인 항공 물류, 정비산업단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하나만 바라보고 공동합의문을 받아들였다”며 “대구시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일방적 시설 배치를 하고 발표해 의성군민을 무시하고 공동합의문 정신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각 지자체가 내세우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홍 시장은 지난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공항 건설 사업은 대구경북 100년 대계를 위한 사업이고 서로 문서로 서로 사인까지 한 처지에 이걸 뒤집자는 것은 참 어려운 문제다”고 했다. 이 지사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물류단지와 물류터미널은 인접해 있어야 효율적”이라며 대구시의 주장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안국현 경북 의성군 부군수가 22일 경북도의회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안 부군수는 ″공동합의문에 따라 항공물류 활성화를 위해 화물터미널과 물류단지를 의성군에 배치해야 한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공항추진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의성군

안국현 경북 의성군 부군수가 22일 경북도의회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안 부군수는 ″공동합의문에 따라 항공물류 활성화를 위해 화물터미널과 물류단지를 의성군에 배치해야 한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공항추진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의성군

의성군은 22일 경북도의회에서 “화물터미널 의성 배치 아니면 TK신공항도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안국현 의성군 부군수는 “공동합의문에 따라 항공물류 활성화를 위해 화물터미널과 물류단지를 의성군에 배치해야 한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공항 추진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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