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유지했다. 예상된 동결 조치였지만, ‘매파적 동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Fed가 고금리 기조를 더 높이, 더 길게 가져가겠다는 방침을 강하게 내비치면서다.
Fed는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참석 위원 만장일치였다. Fed는 이날 정책결정문에서 “위원회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해 여전히 매우 주의하고 있다”며 “최대의 고용과 장기적으로 2%의 물가상승률을 추구한다”고 기준금리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Fed의 긴축 강화 기조가 확인된 이날 뉴욕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 여파로 21일 코스피(2514.97)는 전날보다 44.77포인트(1.75%) 하락하며 2510선을 간신히 지켰다. 원화값은 달러당 9.6원 내린(환율 상승) 1339.7원에 거래를 마쳤다.
Fed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에 걸쳐 10회 연속 금리를 올렸다. 이후 지난 6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직전 회의인 7월에 다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미국 기준금리는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연 5.25~5.5%에 올라선 상태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로 한국(3.5%)과의 금리 차이는 최대 2%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Fed는 이번 동결로 긴축 기조가 끝난 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하락해 정책 목표 수준으로 안정화됐다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견조한 미국 경제, 인플레 안정될 때까지 긴축”
이날 Fed가 공개한 새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 중 12명은 올해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봤다. 다른 7명은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 없다는 의견을 냈다.
나아가 Fed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늦고, 하락 폭도 작을 수 있다는 ‘긴축 장기화’를 시사했다. Fed는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지난 6월 연 4.6%에서 연 5.1%로 0.5%포인트 올렸다. 올해 말 전망치는 연 5.6%로 지난 6월과 같았다.
현 금리 수준을 봤을 때 올해 한 차례 0.25%포인트 수준의 추가 금리 인상을 한 뒤 내년에는 금리를 내리겠지만, 인하 폭은 0.5%포인트 수준에 그칠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당초 시장은 이달 금리 동결을 확실시하면서 금리 인하 시점에 관심을 뒀다.
하지만 Fed가 기준금리 전망을 높인 것은 미국 경제를 예상보다 강하다고 봐서다. Fed는 정책결정문에서 미 경제가 ‘견조한(solid)’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월에는 ‘완만한(moderate)’이라고 표현했다. Fed는 이날 경제전망요약(SEP)을 통해 올해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6월 전망 당시 1%에서 2.1%로 대폭 올려 잡았다. 국제유가도 매파적 기조의 변수가 됐다. 파월 의장은 “에너지 가격 상승은 가계 소비는 물론 소비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기준금리 동결…연 5.25%=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14회 연속 이어온 인상을 중단했다. 잉글랜드은행(BOE)은 통화정책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로 동결했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BOE는 통화정책위원들 사이에 금리 동결과 0.25%포인트 인상 의견이 5대 4로 팽팽하게 엇갈렸다고 말했다.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추가 인상이 필요할지 면밀히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