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기업 대출 연체율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옥죈 까닭에 은행들이 기업 대출 영업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기업 대출이 부실화하며 자칫 은행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기업 연체율 악화에 은행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 뉴스1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 7월 0.41%로 집계됐다. 전달(0.37%)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1년 전(0.24%)보다는 0.17%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 오름폭이 컸다. 지난해 7월에는 0.27%였는데 1년 새 0.22%포인트 오른 0.49%를 기록했다. 대기업 대출의 연체율은 지난해 7월 0.14%에서 올 7월 0.12%로 0.02%포인트 낮아졌지만, 0.1%를 밑돌던 올 1~4월과 비교하면 높다.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연체 규모도 크게 불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은 올해 2분기 말 현재 28조3600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13조6300억원) 대비 108.1%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규모 증가율(3.7%)을 크게 상회했다.

신재민 기자
향후 기업 대출 연체율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병도 의원은 “지난해부터 고금리·고환율이 이어지는 한편 경기 부진도 지속하며 중소기업 여신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라며 “유가 상승 등 여전히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경기 부진이 장기화한다면 부실 확산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연체율 상승 우려에도 기업 대출은 증가하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이 최근 급증하는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에 나서며 은행이 규제가 덜한 기업 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747조4893억원이다. 1년전(687조4233억원)보다 8.7% 증가했다. 반면 가계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696조4509억원에서 680조8120억원으로 2.2% 줄었다.
기업들도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 발행 대신 은행 문을 두드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 발행 규모는 7조9053억원에 이른다. 한달 전(4조1800억원)보다 89.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발행 건수도 23건에서 39건으로 늘었다. 초우량채인 은행채 발행이 늘면 신용등급이 낮은 일반 기업의 경우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가계 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은 은행과 자금이 필요한 기업의 필요가 맞물려 기업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체율 악화는 은행 건전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

김주원 기자
이미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 2분기까지 법인 파산 신청은 724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고 연체율도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고금리 여파에 따른 한계기업의 부실화 가능성이 큰 만큼 은행 건전성이 예상보다 나빠질 수 있다”라고 짚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중소기업 대출 부실 우려에 따른 은행 건전성 관리 강화에 나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고금리 장기화로 중소기업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라며 “은행이 중소기업 신용 위험 평가 시 고금리 환경에서의 상환 부담 증가로 인한 재무적 취약성 정도와 영업 활동 및 사업모델의 지속 가능성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