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화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겸임교수
일할 사람이 없고, 인건비가 크게 상승했다. 팬데믹 이전까지는 적절한 임금으로 서비스 노동의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유지했다. 지금은 균형이 깨졌다. 농업·제조업·국방 부문의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서비스 부문 인건비는 감당이 힘들 정도로 올랐다. 제조업의 오프 쇼어링(해외 이전)은 철 지난 대안이다. 사람 부족, 인건비 상승은 세계 공통이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가 답이다. 사람처럼 이족 보행이 가능하며, 사람 손이 하는 여러 가지 작업이 가능하다. 키와 몸무게는 사람과 비슷하다. 모든 일터에서 사람과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다. 초기에는 산업용 로봇 시장을 겨냥할 것이며, 점차 인공지능(AI) 기술의 향상과 양산 덕분에 단가가 하락하면서 서비스 로봇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머노이드가 인간 노동자와 함께 일하는 장면이 곧 일상이 될 것이다.
![[일러스트=이수화]](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9/21/f72ccc39-3e97-459e-b02c-e64a414d5961.jpg)
[일러스트=이수화]
업계 움직임이 빠르다.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출시한 이후 인텔이 투자한 피규어, 오픈AI가 투자한 X1,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이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도 휴머노이드 시장 진입 전략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 주주총회에서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계속 진화하는 지능형 로봇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원책도 마련됐다. 오는 11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로봇의 실외 이동에 대한 규제가 풀려 로봇의 보도 통행과 공원 출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휴머노이드도 인공지능(AI)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기대와 실망 사이를 여러 번 오갔다. 최근 진전을 이룬 AI와 마찬가지로 휴머노이드가 기대감을 충족할지 궁금하다. 생성형 AI와 달리 휴머노이드는 ‘몸’이 있다. 그 몸으로 세상을 지각하고, 동작으로 반응한다. AI가 탑재된 머리로는 판단과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상황인지’라 불리는 전체 능력을 담당하는 서비스 휴머노이드라면 꼭 갖춰야 할 능력이다. 그동안의 AI 기법으로는 이런 난제를 돌파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구글 로보틱스의 논문 ‘LM-Nav: 언어·시각·행동에 대해 사전 학습된 대규모 모델을 사용한 로봇 내비게이션’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상황인지 해결책을 제안한다.
학계도 바쁘다. 부산에서 개최된 ‘2023 로봇-인간 상호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국제학술대회(IEEE RO-MAN 2023, 8월 28~31일)’의 열기는 뜨거웠다. 최다 논문 발표와 최다 참석자 기록을 깼다. 로봇-인간 상호작용에 대한 AI의 기술적 돌파가 ‘1인 1 로봇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새롭게 했다. 기계 인간의 등장은 필연이다.
이수화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