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MBC 예능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 출연했다가 의붓딸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길모씨가 9개월에 걸친 경·검 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최근 아동복지법상 아동에 대한 음행 강요, 매개, 성희롱 등 혐의로 수사를 받던 의붓아버지 길씨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앞서 사건을 수사한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도 지난 5월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결혼지옥에선 전북에 사는 재혼 가정 남성 길씨가 일곱 살 의붓딸과 놀아주면서 ‘가짜 주사 놀이’라며 딸 엉덩이를 손으로 찌르고 딸이 거부하는데도 꽉 끌어안은 채 놔주지 않는 장면이 방영돼 논란이 일었다. 아내가 이를 말렸지만, 의붓아버지는 “애정 표현”이라며 멈추지 않았다.
방송 직후 MBC 게시판에는 “아동 성추행이자 학대”라는 시청자 민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MBC는 지난해 12월 21일 “부부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청자가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경찰은 길씨의 장난 정도가 지나치긴 했으나 추행 또는 학대 의사는 없다고 봤다.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 길씨가 급하게 ‘친아빠’처럼 다가가기 위해 격의 없이 대한다는 행동이 과하게 표현된 것으로 판단했다. ‘결혼지옥’ 녹화 이후 두 차례 실시한 아이의 종합심리검사에서도 학대를 나타내는 결과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장기간 수사 결과 최종 결론 내려진 ‘무혐의’ 처분에도 길씨 부부의 가정은 이미 파탄 났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길씨와 2년 연애 끝에 재혼 가정을 꾸린 박씨는 ‘(의붓아버지의) 아동학대 방임자’라는 주변 시선을 이기지 못해 지난 2월 이혼했다.
그는 국민일보를 통해 “양육 방식에 갈등을 빚던 우리 부부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방송이) 재혼 가정에 대한 편견에 더해 새 아빠와 의붓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변질시켰다”고 주장했다.
가정폭력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박씨는 방송이 나간 뒤 직장 내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견뎌야 했다. 그는 국민일보에 “‘딸을 방임한 사람이 어떻게 인권 관련 강의를 하고 상담을 하겠냐’며 시말서를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박씨는 현재 대인 기피증과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그동안 산 채로 매장당해 지내왔다. 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었지만 이미 등 돌린 사람들은 무혐의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면서 “더 이상 우리 아이에게 ‘불쌍한 아이’ ‘가해자의 자녀’ 등의 꼬리표가 붙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