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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만원 꿀알바' 시험 감독관…직원 배우자 39억 몰아준 공기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6월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 참석자가 공공기관 방만경영과 관련한 회의 자료를 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해 6월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 참석자가 공공기관 방만경영과 관련한 회의 자료를 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방만, 횡령, 전관, 부적격 채용, 노조 부당지원, 무단이탈, 허위서류’

20일 감사원이 발표한 ‘출연·출자기관 경영관리실태 감사결과’ 공개문에 수십차례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감사원은 155개 공기관 자료를 분석해 지난해 10월부터 한국환경공단 등 18개 공공기관을 감사 대상으로 정밀 진단했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의 고질적인 ‘제 식구 챙기기식’ 부실, 방만경영과 복무기강 해이가 여전하다”며 수십건의 지적사항을 공개했다. 횡령과 불공정채용, 성과급 과다책정 등 민간기업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빈번히 벌어졌다. 감사원은 감독기관인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적립금 보유 현황을 알지 못해 예산 및 재정관리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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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 제 식구 챙기기 대상은 전관과 직원 배우자 및 미성년 자녀를 망라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환경공단은 퇴직자가 설립한 폐비닐업체와 2017년 계약을 체결하며 보수수준을 계약 예규보다 1.9배 높게 책정해 71억원을 과다 지급하고, 해당 업체의 예상 판매단가를 과소 선정해 최대 37억원의 수입을 거두지 못했다고 밝혔다.

신용보증기금은 자산담보부 증권인 P-CBO를 발행하며 업무수탁 기관으로 신보 사우회가 100% 출자하고 퇴직자가 대표이사인 전관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신용보증기금은 이 업체에 매년 채용 요청자 명단을 제공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퇴직자 71명이 일자리를 얻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인력공단은 국가기술자격 시험을 치를 때마다 시험위원(감독관 등)으로 직원 배우자를 우선 위촉했다. 2018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직원 배우자 328명이 시험위원으로 활동했고, 1회당 평균 24만원씩 39억원이 지급됐다. 일부 배우자는 연 278회 시험위원으로 활동했다. 같은 기간 미성년 자녀 10명을 포함해 배우자 외 직원 가족 373명이 총 3만 4199회에 걸쳐 시험위원으로 위촉돼 40억원을 받았다.

성과급을 부풀리고 비정규직 성과급을 정규직이 가져간 경우도 있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경제인문사회연구원 소속 국책연구기관은 연구 실적을 통해 버는 예상 수입을 과소 편성해, 예ㆍ결산 차액을 늘리는 방식으로 지난 3년간 성과급 156억원을 과다 지급했다. 일반적으로 국책연구기관은 자체수입 초과 달성과 비용절감을 통한 잉여금을 ‘능률성과급’으로 지급하는데, 애초부터 예상 수입액을 낮춰 성과급을 늘렸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은 2021년 비정규직원의 근무 기간을 늘려 1억 5197만원의 성과급을 산정했다. 하지만 실제 비정규직 직원에게 지급된 금액은 2017만원에 불과했고, 나머지 1억3180만원은 정규직이 가져갔다.

지난해 6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방만경영을 질타하던 모습. 뉴스1

지난해 6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방만경영을 질타하던 모습. 뉴스1

노조에 대한 부당 지원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이 2019년 4월부터 2022년 9월까지 3년 5개월간 이사회 의결 없이 경상경비로 편성된 예산 6억 9000만원을 노조에 부당 지원했다고 밝혔다. 해당 예산은 노조원 가족의 건강검진비와 상품권 지급에 사용됐다. 기술연구원은 노조 단체협약에 따른 정당한 지급이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해양수산개발원, 철도기술연구원은 별도의 입찰 공고 없이 청사 1층 카페와 매점 공간을 노조에 무상으로 임대했고, 노조는 이를 다시 제3자에게 임대하여 연간 1200만원에서 최대 1억 6000만원의 임대료 이익을 얻어갔다. 감사원은 해당 기관에 ‘일반경쟁 계약 체결’을 권고하며 노조 부당 지원 중단을 요청했다.

부적격자를 채용하거나, 채용공고와 다른 기준을 적용한 사례도 있었다.

원자력의학원은 지난해 7월 본부장을 특별채용하며, 60세 이상 연령제한이란 맞춤용 조건을 추가해 의학원 퇴직자를 재채용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전 지방의원이 채용조건에 미달하자, 채용 공고를 임의로 변경해 채용했고,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채용경력에 미달하는 전 중소벤처기업부 과장을 1급 본부장으로 채용했다. 해양과학기술원은 고위직 퇴직자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뒤, 별도의 자문을 받지 않았음에도 허위 자문보고서를 작성해 이들에게 1억 1000만원을 지급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7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2 제9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기재부 역시 감사원으로부터 공공기관 감독소홀 지적을 받았다. 뉴스1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7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2 제9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기재부 역시 감사원으로부터 공공기관 감독소홀 지적을 받았다. 뉴스1

직원 기강해이도 심각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연구원 9명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인근 골프장을 총 18회 출입하며 근무지를 무단이탈했다. 도로교통공단 임금피크제 1년 차 직원 24명 중 13명은 지난해 상반기 6개월간 거의 출근을 하지 않거나, 주 1회 출근하며 무단결근했다. 자산관리공사 등 9개 기관의 38명은 허위 출장을 신청하거나, 출장비 신청 뒤 열차표를 취소하고 다른 차편을 이용하는 형태로 총 2641만원을 횡령했다. 자산관리공사 A팀장은 소속 팀원에게도 허위 출장신청을 지시한 뒤 팀원으로부터 계좌 이체 등으로 출장비 917만원을 부당 수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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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감독기관인 기획재정부의 부실 감독도 지적했다. 출연기관이 여유재원 2100억원을 장기간 적립하고 있는데도, 이 점을 파악하지 못해 출연금을 예산편성에 활용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한 정부 관리지침 변경에 따라 반납받아야 할 공공기관 인센티브 관련 지원금 1740억원(2016년 지급)의 반납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831억만 반납되고 반납액 중 591억원이 양대 노총과 공공기관 산하 노조가 참여해 설립한 ‘공공상생연대기금’에 기부돼 공공재정이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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