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인천공항 전경.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비상임이사인 노동이사가 사측의 투자심의 과정에도 관여키로 노사 간에 합의한 사실이 확인됐다. 노동이사가 이사회 의결사항도 아닌 해외파견 및 교육대상자 선발에 참여한 것과 맞물려 인국공의 경영·인사권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인국공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학용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국공 노사는 2분기(4~6월) 노사협의회에서 노동이사의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 참여에 합의했다.
노조측 요구를 사측이 수용한 것으로 앞서 논란이 된 노동이사의 해외 파견 및 교육대상자 선발과정 참여도 당시 노사협의회에서 노조측이 요구한 사항이었다. 〈중앙일보 9월 17일 온라인 보도〉
인국공 투심위는 공사가 추진하는 사업의 타당성과 비용의 적정성 등을 사전검증하고 심의하는 역할을 하며, 세부적으로는 ▶10억원 넘는 공사 ▶물자 구매 ▶투자사업 ▶5억원 이상 비용지출 등을 심의한다.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경영본부장·운영본부장·인프라본부장·미래사업본부장·기획조정실장·건설사업단장·안전보안본부장 등 인국공의 고위경영진이 참석하며, 분기 1회씩과 필요시 개최된다.
노동이사의 투심위 참여는 노사간 합의는 됐지만, 관련 운영규정 개정이 마무리 되지 않아 아직 실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국공 안팎에선 벌써부터 적지 않은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인국공 관계자는 “투심위는 공사의 주요 투자사업과 비용지출을 검증·심의하는 고위급 실무기구인데 여기에 노조측 인사인 노동이사가 정규멤버로 참여하는 건 과도한 경영권 침해라는 지적이 있다”고 전했다.
노동이사는 공사의 경영계획과 예산편성 및 운영, 예산 집행실적 등을 심의하는 이사회 내 전문소위원회인 ESG 위원회 멤버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충분히 경영상황을 점검하고 지적할 수 있음에도 그 전 단계인 투심위에까지 직접 참가하는 건 지나치다는 얘기다.

인천공항 부근에 있는 인국공 사옥. 중앙일보
이 때문에 사측에선 문제가 되는 노사합의 사항 등에 대해 재검토 작업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도 인국공의 노사 관계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이미 벌어진 것이라 해도 잘못된 것은 고쳐가야 할 일”이라며 “인국공 단체협약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국공 단체협약은 경영과 인사 관련 세부사항을 사전에 노조에 공유토록 하는 등 다른 공기업의 단협보다 경영·인사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에선 기획재정부 등 정부 차원에서 노동이사제의 세부적인 운영지침을 마련하지 않은 탓에 공기업들이 노동이사의 권한과 역할을 두고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국공의 또 다른 관계자도 “비상임이사라는 지위만 법적으로 규정돼있을 뿐 명확한 역할이 설정되지 않다 보니 노조가 노동이사의 관여 범위 확대를 요구해도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인국공에서 계속 노동이사의 관여 범위가 기존 비상임이사보다 크게 늘어나게 되면 다른 공기업의 노조와 노동이사도 유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우려했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 멤버로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기관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다. 3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 중에서 근로자 대표(노조 대표)의 추천이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얻은 사람을 임명하며, 비상임이사(사외이사)로 이사회 등에 참석한다.
이에 대해 김학용 의원은 "노동이사를 통한 노조의 과도한 경영·인사권 침해는 제도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며 "논란이 되는 사항은 다시 합리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