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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3년8개월 동안의 ‘지연된 정의’ 최강욱 유죄 판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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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의원직 상실 형 확정됐지만 임기 거의 끝나가

조국·송철호·황운하·윤미향 등 판결 지연 다수

김명수 대법원장의 퇴임을 6일 앞둔 어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한다. 최 의원이 기소된 지 3년8개월 만이다. 사필귀정의 결과지만 국회의원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상황이어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 의원은 2017년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가짜 인턴 확인서를 발급한 혐의(대학원 입시 업무방해)로 기소됐다. 그는 계속 검찰의 정치적 수사라고 맞섰지만 1·2심 법원은 “인턴 증명서가 허위”라고 판단했다. 최 의원도 이를 반박할 뚜렷한 증거는 내놓지 못한 채 ‘검찰의 보복 수사’ 프레임만 내세웠다. 법조계 안팎에선 최 의원 사건이 정치적 면죄부를 주기 위한 시간끌기적 성격이 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위법한 증거 수집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대법원에서 1년4개월이나 계류할 만큼 법리 다툼이 치열한 사안은 아니었다. 이날 대법원 판결은 9대3으로 원심 확정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와는 달리 선거사무소 회계 담당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이 선고돼 의원직을 잃은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은 2심이 끝나고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석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두 정치인에 대한 법원의 뚜렷한 온도 차는 김 대법원장 재임 기간 내내 불거진 사법의 정치화 논란의 한 단면이다.

실제로 김명수 체제에선 유난히 지난 정권 실세들의 재판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자녀의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월 1심 판결이 나기까지 3년2개월이 걸렸다. 내년 총선 전 확정판결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최 의원처럼 재판 상태의 출마가 가능하다. 심지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절친’ 송철호 전 울산시장 사건은 3년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1심 판결조차 나지 않았다. 송 전 시장은 이미 4년의 임기를 모두 마친 상태며, 함께 기소된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내년 임기까지 무난하게 채울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일선 법관들은 법과 정의의 원칙에 맞게 공정한 판결을 하려고 애쓰지만 김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원의 수뇌부는 재판이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특히 의도적 재판 지연은 지난 6년간 굳어진 김명수 법원의 고질적 병폐였다.

다음 주면 김 원장이 물러난다. 사법부의 새 수장은 정치적 판결과 재판 지연 등 법원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어두운 그림자를 모두 걷어내야 한다. 포퓰리즘에 기댄 ‘가짜 민주주의’가 확산하는 요즘, 사법부가 자유·민주·공화의 가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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